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상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양국은 책임을 서로 전가하며 정확한 사고상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양측의 관리들을 통해 급박했던 당시 상황이 하나둘씩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와 DPA통신은 5일 베이징(北京)의 서방 소식통을 인용, 사고 당시 중국의 F- 8 전투기 2대가 남중국해를 정찰하던 미국의 EP-3 정찰기 아래로 근접 비행했으며, EP-3기가 기수를 왼쪽으로 돌리다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F-8기 한 대가 갑자기 EP-3기 밑으로 날아왔으며, 두 비행기 간의 거리는 불과 50피트(15.24㎙)였다. 두 대의 F-8기로부터 협공을 받던 EP-3기가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순간 아래쪽에 있던 F-8기와 충돌했다. F-8기는 그대로 바다에 추락했고, EP-3기도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EP-3기는 충돌로 왼쪽 날개의 프로펠러와 동체 앞부분이 부서지고, 다른 왼쪽 프로펠러와 날개에도 손상을 입었다.
EP-3기는 충돌후 5분만에 8,000피트(2,440㎙) 아래로 추락하다 간신히 수평을 유지했으며, 조종사는 즉각 비상사태를 알렸다. 요격에 참여했던 다른 중국 F-8기가 비상상황에서의 국제적인 관례에 따라 인근에 있는 하이난(海南)섬으로 정찰기를 유도했고, EP-3기는 극적으로 비상착륙에 성공했다. EP-3기의 승무원들은 기체가 수평을 유지한 뒤 비상착륙할 때까지 26분동안 비밀 정보들과 장비들을 파괴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어느쪽에 충돌 책임이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주지는 못한다. 중국 관리들은 여전히 미국 전투기가 갑작스레 선회해 사고가 발생했으며, 허가없이 하이난섬에 착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中, 실종조종사 영웅 만들기
중국 언론들이 미군 정찰기 EP-3와의 충돌로 실종된 F-8 전투기 조종사 왕웨이(王偉ㆍ32)를 집중 보도,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 당국이 사건 발생 나흘 뒤인 4일 王의 사진을 공개한데 이어 5일 중국의 주요 신문들이 일제히 1면 머릿기사로 ' 젊고 유능하며 리더십이 뛰어난 최고의 조종사'라고 보도했다.
광저우(廣州)일보는 이날 "미국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제목하에 王의 사진을 1면에 크게 게재했다. 국영방송은 王에 대한 특별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고, 王의 실종으로 비탄에 빠진 부인과 아들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해군 항공병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王의 부인 롼궈친(阮國琴)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남편의 생사에 대해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양심은 어디에 있으며 인도주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의 리처드 루가 의원(공화당 ㆍ인디애나주)은 5일 NBC와의 회견에서 "실종된 중국군 조종사는 그 동안 수 차례 미군기에 도전한 바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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