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의 챔프등극. 수원삼성이 87-88농구대잔치 우승이후 13년만에 프로무대 첫 챔피언에 등극하며 '농구명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종료버저가 울리는 순간 강혁은 우승을 자축하듯 하늘높이 공을 던졌고, 벤치에 있던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은 코트에 쏟아져 나와 헹가래를 치며 우승 샴페인을 터트렸다.
삼성은 6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0-2001 애니콜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아티머스 맥클래리(44점 20리바운드)의 골밑 장악과 주희정(16점 11어시스트)의 원활한 게임리딩에 힘입어 에릭 이버츠가 40점을 넣으며 버틴 창원LG를 112_102로 꺾고 4승1패를 기록,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1억원.
이로써 삼성은 최다승(34승)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정규리그 2위 LG를 4승1패로 꺾어 명실상부한 한국프로농구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했다. 주희정은 기자단투표에서 66표중 48표를 얻어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확률높은 높이의 우위를 앞세운 삼성이 3점포군단 LG를 압도했다. 삼성의 용병 듀오 맥클래리와 호프가 69점, 36리바운드를 합작한 데 반해 LG의 용병 듀오 이버츠와 프루는 52점, 19리바운드를 걷어내는데 그쳐 명암이 엇갈렸다.
삼성은 1쿼터서 맥클래리 혼자 20점을 얻어내는 원맨쇼를 펼쳤지만 LG에게 3점포 5개를 허용, 32_31로 대등한 경기를 벌였다.
그러나 2쿼터서 맥클래리와 호프가 골밑을 집중 공략, 점수차를 벌리며 전반을 60_52로 앞서 챔프등극을 예고했다. 승부의 무게중심은 3쿼터서 삼성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삼성은 맥클래리가 3점포 1개를 포함, 13점을 넣고 문경은 주희정 김희선이 골고루 3점포 공격에 가세, 이버츠(14점)와 조우현(6점)이 외곽공격을 주도한 LG에 86_72로 크게 앞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삼성 김동광감독은 경기직후 "선수들한테 고맙다. 뚜렷한 스타가 없어 인내하며 찬스를 만드는 농구를 강조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LG는 맥클래리를 막는데 실패했고 골밑의 열세를 3점포(35개시도중 10개성공)로 만회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조성원은 이날 3점포 2개 포함, 18점을 올렸지만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동은ㆍ정원수기자
■삼성 3억이상 '돈잔치'
수원삼성 농구단은 두둑한 지갑에다 해외여행까지 선물로 챙겼다. 이미 정규리그 정상에 올라 상금 1,600만원을 벌어들인 삼성은 플레이오프 승리수당 4,400만원, 챔피언결정전 우승상금 1억원 등 한국농구연맹(KBL)으로부터만 총 1억6,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다 구단에서 마련한 우승보너스 1억원+α를 합할 경우 최소 3억원은 보장된다. 그룹 고위층이 얼마만큼의 금일봉을 보탤 지는 미지수. 또 미국, 일본중 한 곳을 골라 선수단 전원을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 보내는 것도 확정된 상태다.
■주희정 플레이오프MVP 수상
"오늘만큼 기뻤던 날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TV를 보며 울고 있을 것 같은 데 울지 말라고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테크노가드' 주희정(24)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부산에 있는 할머니가 떠올랐다. 고려대에 입학했으나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한 데다 생계때문에 중퇴하고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던 주희정이 4년만에 생애 최고의 날을 맞았다.
주희정은 6일 끝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플레이오프 MVP에 올라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프로 4년차인 주희정은 올 시즌 농익은 기량을 과시, 선배 가드인 강동희(기아) 이상민(현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7.2개의 어시스트로 강동희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LG의 조성원에게 아깝게 MVP를 빼앗긴 주희정은 절치부심, 플레이오프를 기다렸다. 주희정은 챔피언결정전 5차례의 경기에서 챔프전 사상 초유의 두자릿수(평균 11.8개) 어시스트로 삼성에 13년만의 우승컵을 안겼다. 경기당 득점은 10.8점.
주희정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삼보 신기성, SK 황성인 등과 함께 강동희 이상민의 뒤를 쫓는 차세대 가드로 평가됐지만 약점으로 지적됐던 득점력과 3점슛 능력을 엄청난 훈련으로 보완, 3점포 성공률을 39%까지 끌어올렸다. 아직까지 강동희와 이상민에 비해 노룩패스 등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원활한 볼배급으로 공격루트를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공격이 막히면 전광석화 같은 골밑 돌파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2차전서는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어시스트 타이인 15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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