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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시인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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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시인 신동엽

입력
200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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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4월7일 시인 신동엽(申東曄)이 서울 동선동 자택에서 간암으로 작고했다. 향년 39세.신동엽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역사적 인물 전봉준과 가공의 인물 신하늬를 주인공으로 삼아 갑오농민전쟁의 전과정을 그린 장편 서사시 '금강(錦江)'일 것이다.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로 시작하는 서장에서 "논길,/ 서해안으로 뻗은 저녁노을의/ 들길, 소담스럽게 결실한/ 붉은 수수밭 사잇길에서/ 우리의 입김은 혹/ 해후할지도/ 몰라"로 끝나는 후화(後話)에 이르기까지, '금강'은 한민족 근대사의 가장 장엄하고 처절한 장면들을 때로는 유장하게 때로는 급박하게 노래하고 있다. 이 웅장한 서사시에는 또 농민군 신하늬와 그의 정인(情人) 진아 사이의 슬프고 순정한 로맨스가 점점이 박혀 있다.

부여에서 태어나 금강 가에서 자란 시인에게 농민 전쟁의 기억이 전승된 것은 자연스럽다.

신동엽의 시를 일관되게 이끄는 것은 강렬한 민족주의ㆍ민중주의ㆍ평화주의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외고 있을 그의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인상적인 표현을 얻은 바 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의 어떤 시들이 드러내는 역사 인식에는 거칠고 단순한 선악 이분법의 혐의를 둘 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살아낸 시대의 한계이기도 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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