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선거와 만남면 어김없이 조급증에 걸린다. 진득하게 참지 못하고 저마다 먼저 앞서 나가려고안달이다. 내 고장의 일꾼을 뽑는 선거나, 대통령을 뽑는 선거 가릴 것 없이 조급증세는 똑 같다.정치권에서 알게 모르게 대권경쟁이 시작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른바 '대통령 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여당 쪽에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 여러명이 한꺼번에 나서 오토리 키재기를 하며 온갖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동안은 강연이다 뭐다 해서 지방 나들이 경쟁을 벌이더니, 이젠 본격적인 기세 경쟁을 벌일 태세다. 1만명이 참석하는 후원회를 열고 1,000명을 모아놓고 연구재단 창립식을 갖기도 한다, 비용들은 어디서 염출하는지 궁금하다.
내년에 치를 지방자치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사전 선거운동 협의로 벌써 887건이 적발됐다. 대부분 자치단체 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다.
적발 사례들이 치사하기 그지없다. 시정 설명호를 한다고 모아놓고갈비탕을 대접하고, 공연히 주민 행사에 참석해 찬조 명목으로 금품을 건네고, 업적 홍보 비디오를 만들어 지역 민방에 방영한 것 등이다.
이들이 제 돈을 쓰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크건 작건 공직 선거란 묘하다. 부나비를 무수히 만들어 낸다. 특히 지방자치 선거는 더 하다. 확률이 아주 낮은데도 돈을 쏟아 붓고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분상승이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어떤 '과거'가 있든 당선만 되면 일거에 도지사 시장 군수님으로 변한다.
과거에 쇠고랑을 찼던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거 조급증에 걸린 사람들은 딴 세상 사람들이다.
요즈음 사람들의 안중에 선거는 없다. 그만큼 먹고 살기가 힘들다. 이럴 땐 여야의 소룡(小龍)들이 개헌론을 들먹이지 말고 차라리 먹고 사는 문제를 내세우는 것이 점수를 따지 않을까 모르겠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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