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일본의 또래 친구에게. 난 여러 차례 너희 나라와 우리나라의 악연을 지켜봤고, 너희를 '쪽바리'라고 부르며 치를 떨어. 하지만 너희들이 우리를 제대로 모르듯이 우리들도 너희를 잘 모르는 것 같아. 하지만 이 말만은 해 주고 싶어.너희가 정신대 할머니라면 어떨까. 만약 네 여자친구가 정신대에 간다면 너는 침착하게 그냥 없던 일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해. 내년에는 월드컵도 같이 여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으르렁대면서 싸워야 할까.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서울 중앙고등학교 1학년 조윤호가."
6일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교장 문용호ㆍ文勇浩) 1학년 6반. 일본 역사 왜곡교과서 검정통과와 관련, 교사 단체들이 '특별수업' 방침을 세운 뒤 첫 역사수업이 이뤄졌다.
5교시 시작 벨과 함께 최현삼(崔鉉三ㆍ38) 국사교사가 교과서 왜곡ㆍ개악 내용, 한국과 일본의 각계 반응, 사이버 시위 등 역사 왜곡과 관련한 신문기사를 골라 뽑은 스크랩 4장을 나눠주었다.
이어 최 교사가 일본의 역사왜곡 항목을 조목조목 짚어가자 학생들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는 걸까요." "일본 우익세력은 '자학사관'을 탈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국의 역사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쓰는 것이 잘못인가요." 최교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학생들은 "긍정적인 관점이 아니라 아예 잘못한 일은 다 없애는 것"이라거나 "이 기회에 혼을 내줘야 한다"면서 저마다 느꼈던 분노를 토로했다. '사이버시위'로 계속 일본을 응징해야 한다는 학생은 39명 중 37명, 반대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김효성(17)군은 "종군위안부로 갔는데 일본사람들이 돈 벌러 갔다고 하면 좋겠느나"며 "그러니까 사이버시위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또 일본에 대해 얼마만큼 잘 알고 있는지 먼저 반성해보자"는 최교사의 제안에 학생들은 다시 흥분을 가라 앉히고 한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 교사는 마지막으로 "화해와 공존의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관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본의 또래들에게 편지를 쓰게한 뒤 2시간에 걸친 수업을 끝냈다.
학생들은 18일 봄소풍 대신 정신대할머니들의 일본대사관 앞 수요정기집회 참석하고, 이날 쓴 편지를 일본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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