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에게 묘지강산을 물려줄 순 없지 않습니까."경남 남해군 김두관(金斗官) 군수와 직원들은 관내에서 상이 났다는 소식만 들리면 초상집으로 달려가 이렇게 설득한다. 상주에게 화장을 권하고 불법묘지는 절대 쓰지 말 것을 신신 당부하는 것이다. 처음엔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다음 선거때 보자"는 협박도 들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점차 빛을 보고 있다.
올 들어 별세한 175명 가운데 불법묘지를 쓴 사례는 단 2건(1.1%). 반면 화장을 한 경우는 31건(18.6%)에 달했다. 지난해 남해군의 화장률은 10%였다.
왕따를 각오한 남해군의 이러한 행동은 정부가 올해를 장묘문화 개선 원년으로 선언하기도 했지만 매년 서울 여의도의 3배가 넘는 300여만평이 묘지로 바뀌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군 간부와 직원들의 의식 때문. 한 직원은 "서울의 화장률이 50%를 넘어서고 있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남해군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서울 곳곳은 요즘 경기 벽제화장장의 수용능력 포화로 새로 지을 예정인 제2화장장과 납골당 부지 선정을 앞두고 반대집회로 몸살이다. 특히 지난 1일 서울 내곡동 청계산에서는 서초구청 주최로 부지 선정 반대집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주민들뿐 아니라 조남호(趙南浩) 구청장과 김덕룡(金德龍)ㆍ박원홍(朴源弘) 의원을 비롯, 공무원들까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화장이 더 절실한 지자체는 아무래도 남해군보다는 서초구일 것이다. 그런데도 화장문화에 역행하는 데모까지 주도하고 나선 '부자구 구청장'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일근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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