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출판 / 유전자 언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출판 / 유전자 언어

입력
2001.04.06 00:00
0 0

지난 2월 12일 '인간 게놈 ' 란 이름으로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천하에 공개됐다. 이제 인간은 생명현상의 은밀한 공정에까지 개입할 수 있게 됐다. 그 가능성은 그러나 몇몇 SF영화가 오싹하게 들추어 내 보이듯 또 다른 디스토피아의 입구가 아닐까?런던대 골턴연구소 유전학 교수 스티브 존스의 '유전자 언어'는 1991년 영국 BBC 라디오에서 1년 동안 진행됐던 강연을 묶어 낸 것이다.

최고 고등동물로 발전한, 유전학적 관점에서 최고도의 기회주의자인 인간의 미래까지 유전학적 관점에서 내다본다.

유전학 범람의 시대, 저자의 논의는 멘델이나 다윈 등 원시적 유전학이 어떻게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지를 자연스럽게 펼쳐 보인다.

염색체(XY), DNA 염기의 이중 나선구조(AG- CT) 등 일반인이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는 유전언어의 '섞어 찌게' 가 완성되기까지의 역사와 현재이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돌연변이 현상은 생물학의 막다른 골목이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의 개가로 인간의 DNA 조각들(DNA 분자)이 임의로 벌이는 장난의 속내가 밝혀졌고, 혈우병이나 근육위축증 등 뜻 모를 질병들의 비밀이 풀렸다.

우연치 않게도 분자생물학은 21세기의 페미니즘과도 맞물렸다. 유전학적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성은 여성이다. 남성은 여성의 변형일 뿐이라는 사실에 대한 과학적 논증은 시대의식의 흐름과도 궤를 함께 했다.

그러나 분자 생물학은 양면의 칼이다. 이 책은 최악의 경우,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보여 준 악몽의 세계가 그리 멀지 않다고 역설한다.

1990년 유전과학과 관련, 미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는 최첨단 생명과학을 거느린 미국의 오만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네 명 중 세 명이 유전자를 난자나 정자에 삽입하는 작업에 대해 찬성하는 견해를 밝혔던 것이다.

문제는 시민의 감시능력이다.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됨에 따라 이제는 인문학과 사회학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 또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서 인간 유전학에 대한 지식을 기본 소양으로 갖춰야 하는 시대다. 인간의 정체성이나 삶의 가치를 논하는 일은 생물학자의 몫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원광대 자연과학부 김희백 교수 등 생물학 전공자 2명의 부드러운 번역은 문학ㆍ 신학 ㆍ인류학 등 인문과학까지 포섭하는 존스 교수의 사유를 무리없이 전달하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