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2001시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해태 타이거즈 개막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그라운드에는 봄날 햇살보다 더 따사로움이 감돌았다.오후 2시 개막식 시구가 있는 순간 스탠드를 꽉 메운 3만여 관중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그라운드로 들어서는 어린이를 환영했다.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의족에 의지한 애덤 킹(9ㆍ한국명 오인호)군은 양아버지의 손을 잡고 천천히 마운드로 걸어와 관중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여러분 사랑해요" 정확하지않은 우리말 발음에 다시 한번 잠실벌이 떠나갈 듯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애덤은 한국 프로야구 20주년 개막경기에서 한국야구의 영원한 영웅 선동열(宣銅烈)씨를 상대로 시구하는 감격을 맛보았다.
중증장애를 지닌 미국 입양아 애덤이 이 영광스러운 마운드에 서게 된 것은 대통령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의 뜻깊은 인연때문. 이 여사는 1998년 6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함께 방미했을 때 애덤을 처음 만났다.
이 여사는 그해 11월 애덤을 청와대로 초청한데 이어, "야구를 하고 있다"는 편지를 보고는 두산베어스 유니폼을 선물로 보내주었다. 두산측은 이런 계기로 '두산베어스 어린이명예회원'이 된 애덤을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자로 초청하게 된 것.
이날 야구장에 직접 나온 이 여사는 시구가 끝난 뒤 애덤을 곁에 불러앉히고는 "잘 던지더라. 정말 자랑스럽다"며 격려해 주었다.
애덤은 현재 메이저리그 애너하임 에인절스팀 산하 장애어린이 야구팀인 챌린저리그의 선수. 예비역 해군중령으로 캘리포니아주의 한 컴퓨터보안회사 시스템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찰스 킹(49)씨는 애덤을 정상아동이 다니는 세네카초등학교에 보내는 등, 아들이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당당히 생활하도록 키웠다.
킹씨는 "애덤을 입양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아들과 함께 한국프로야구 개막시구를 한 것은 놀랍고도 행복한 경험"이라고 기뻐했다.
애덤은 6일 청와대를 방문하고 7일 오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미국으로 돌아간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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