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그룹 음반은 비틀스, 레드 제플린, 이글스 순이다. 이들은 모두 백인 록그룹.그만큼 미국 주류 음악은 백인 주도의 하드록이었다.
그러나 미국 주류 음악의 색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백인 랩퍼 에미넴의 등장은 매우 상징적이다. 힙합과 랩이 흑인만의 문화가 아니라 흑백을 초월한 미국 청소년의 대표 음악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한 시장을 놓칠 수 없었다. 이때 나타난 백인 래퍼 에미넴. 지난 한 해 가장 주목할 만한 미국의 주류가수가 되었다.
지난 한해 미국에서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노래는 백인의 얼굴을 한 흑인 음악이었다.
지난 한해 미국 유니버설 음반사의 음반판매는 록, 컨트리, 힙합 순이었으나 올들어 록, 힙합, 컨트리 순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힙합을 '흑인들만의 노래' 라고 부를 수는 없다.
리키 마틴과 제니퍼 로페즈 등 라틴 댄스가수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엔싱크 등이 미국 10대들의 인기가수들과 시장에서 나란히 경쟁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매우 강력한 신인의 등장으로 미국 팝은 유색 음악, 흑인 음악에 자리를 내어줄 위치에 궁지에 몰리게 됐다.
최근 미국에서 레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셰기가 바로 주인공. 평론가들은 그를 '블랙 뮤직'의 주류화의 증거로 받아 들인다.
자메이카 출신의 셰기는 18세에 뉴욕으로 이주해 2장의 앨범으로 실력을 인정 받았고, 지난 2월 'Hot Shot'을 발매했다.
최근 그의 노래는 한주간 8,000회의 방송 횟수를 기록했다. 싱글앨범을 발매하지 않았는데도 오로지 대중들의 요구에 의한 방송횟수만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를 1위를 기록한 것도 경이로울 뿐더러, 이후 음반판매도 600만장을 기록했다. 빌보드 앨범차트와 싱글차트에서도 2주간 1위를 차지했다.
레게는 흔히 '여름 한 철' 음악으로 치부되곤 했었다. 그러나 셰기의 음악은 카메이카 리듬에 미국의 댄스 비트를 가미함으로써, 흑인음악과 미국 주류 음악의 혼혈을 추구했다.
셰기 음악의 폭발은 이미 미국 대중들에게 '마이너' 장르의 음악이 귀에 익기 시작해 충분히 주류화할 가능성을 보였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미국 메이저 음반사들은 힙합과 레게 등 흑인 음악을 소화할 백인 뮤지션 발굴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힙합 뮤지션이 있었으나 결국 '왕좌'의 자리를 백인 랩퍼 에미넴이 차지했듯, '백인 레게 가수' 를 발굴해 전세계적으로 마케팅을 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국내 음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드렁큰 타이거' 등 본격 힙합 가수들에 대한 인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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