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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남해금산 - 그산에 취하고 그 바다에 넋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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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남해금산 - 그산에 취하고 그 바다에 넋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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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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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름이 비단산(錦山)일까. 바깥에서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냥 울퉁불퉁한 바위가 쌓여있을 뿐이다.산자락에 들어 한참 오르다 보면 비로소 짐작이 간다. 가깝게 다가가 바라보는 바위 덩어리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비단결 같은 아름다움이 눈 앞에 펼쳐진다.

경남 남해도(남해군)의 금산(해발 681㎙)은 산의 규모에 비해 꽤 유명하다. 그 유명세는 산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다.

9부 능선에 자리한 기도 도량 보리암 덕분이다. 보리암은 강화 보문사(서해), 양양 낙산사 홍련암(동해)과 더불어 3대 기도터로 꼽힌다.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영험있는 사찰이다. 새해 첫 날, 대학 입시, 부처님 오신 날 등 의미있는 날이면 전국에서 모인 불교 신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래서 계곡을 따라 찻길을 냈다. 금산을 오르는 사람의 90% 이상이 이 찻길로 다닌다. 그러나 차를 타고 오르는 산행으로는 금산의 전부를 보지 못한다.

어렴풋하게 그 윤곽만 더듬을 뿐이다. 비단결 같은 풍광에 푹 빠지려면 직접 발로 올라야 한다. 왕복 4.6㎞에 산행시간 3시간. 천천히 여유를 갖고 돌아보아도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간단하고 편안한 산행이지만 소득은 크다.

산행의 출발지는 상주해수욕장 인근의 상주 매표소. 완만한 돌길로 시작된다. 약 20분 거리의 돌길은 산행을 준비하는 워밍 업 코스로 제격이다.

돌길이 끝나면 돌계단이다. 조금 가파르지만 힘들지는 않다. 약 40여 분 땀을 흘리다 보면 기이한 모습의 바위에 닿는다.

쌍홍문(雙虹門)이다. 커다란 바위에 두개골의 눈 구멍 같은 두 개의 굴이 나 있다. 그 굴이 둥근 모양이어서 '한 쌍의 무지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등산로는 왼쪽 구멍 속으로 나 있다. 굴 속에 들어 뒤로 돌면 다도해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상주해수욕장의 쪽빛 바닷물이 반짝이고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고깃배들의 모습이 꿈결 같다.

쌍홍문에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은 보리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상사바위에 이르는 등산로이다.

보리암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능선을 타고 상사바위를 거쳐 왼쪽길로 내려 오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이다.

약 5분을 더 오르면 보리암이다. 원효대사가 지었다는 보리암은 원래 이름이 보광사였고 산 이름도 보광산이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보리암에서 100여㎙ 떨어진 바위에서 기도를 드리고 세상을 얻자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산만큼 큰 비단을 얻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이름으로 산을 덮어 금산이라 했다. 이후 현종이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자 절 이름을 보리암으로 바꾸었다. 크기는 작지만 위엄있는 삼층석탑과 바다를 응시하는 해수관음상이 이 곳의 명물이다.

보리암을 빠져 나와 대나무가 빽빽한 산길을 약 10분 정도 오르면 산 정상이다. 정상에 고려시대에 축조된 봉수대(일명 망대)가 있다. 망대에 서면 동서남북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지리산 자락까지 바라볼 수 있다.

부지런을 떤다면 망대에서 일출을 만날 수 있다. 남쪽 바다의 일출은 동해바다의 그것과 분위기가 다르다. 수평선이 아니라 섬의 뒤에서 해가 떠오른다.

그래서 섬의 머리모양에 따라 찌그러져 보인다.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아무렇게나 색칠을 하듯 울퉁불퉁 하다가 완전히 위로 솟으면 그제서야 동그랗게 모습을 갖춘다. 그 역동적인 모습과 색깔 때문에 금산의 일출은 남해 바다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망대에서 금산산장을 거쳐 상사바위까지는 약 20분 거리. 금산의 서쪽 끝인 상사바위는 바다 건너 여수쪽의 해안선을 잘 볼 수 있는 곳. 돌산도, 금오도 등이 까마득하게 펼쳐진다.

상사바위는 평평하고 넓다. 수십 명이 누워도 남을 정도이다. 편안하게 허리와 다리를 펴고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짧은 산행, 그러나 한나절 산행이 결코 아쉽지 않다.

■섬의 모든도로가 '꽃터널' 일주 드라이브 환상적

금산은 멀다. 짧은 산행만을 위해 길을 나서는 것이 망설여진다. 그러나 남해에는 금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저 앉으면 그 곳이 명승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해는 아름다움이 빼곡하게 들어찬 곳이다. 금산 산행은 여행의 일부일 뿐이다. 특히 요즘이 좋다. 벚꽃이 만개해 섬의 모든 도로가 꽃터널로 덮여 있다.

꽃과 바다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드라이브이다. 남해도는 섬의 규모에 비해 도로가 발달된 곳. 특히 바다를 낀 해안 일주도로는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의 하나로 꼽힌다.

드라이브의 시작은 남해의 관문인 남해대교(19번 국도). 다리를 건너자마자 아름드리 벚나무가 만든 벚꽃터널을 만난다. 19번 국도를 따라 약 8㎞ 정도 진행하면 고현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1024번 국도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해안도로이다.

이 도로는 나비처럼 생긴 남해도의 모든 해안을 끼고 돈다. 남해도의 해안선 길이는 약 700리(280 ㎞). 도로는 약 200 ㎞ 정도이다.

시속 40 ㎞ 정도의 속도밖에 낼 수 없기 때문에 한바퀴 완주하려면 5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러나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갯벌과 모래해변, 바위 절벽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푸른 바닷물의 색깔이 매력적이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깔려있는 사촌해수욕장, 바닷물이 육지를 파고 들어온 듯한 상주해수욕장 등 멋진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파도와 어울리는 맛도 그만이다.

지난해에 문을 연 아천문화관(055-863-4161)도 들러 볼 만한 명소. 서면 서상리에 자리한 이 문화관은 토기시대의 유물, 민예품, 도자기, 서화 등을 전시한 문화공간.

문화관 정원이 소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전시물을 보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다.

■가는 길

서울서 남해까지는 484㎞. 쉬지 않고 달려도 5시간 30분이 걸린다.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남원, 구례, 하동을 거치는 길이 일반적이다.

섬진강 자락의 꽃구경을 겸할 수 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남해읍까지 오전 9시 50분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하루 4차례 버스가 출발한다.

남해공용여객터미널(055-864-7102)에서 금산 상주매표소까지 읍내버스가 수시로 왕복한다.

■쉴 곳

상주해수욕장 내에 있는 체인하우스(055-863-3170)는 콘도식 시설을 갖춘 숙박시설.

23평부터 27평까지 꽤 넓직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주중에는 5~6만 원, 주말에는 10만 원을 받는다. 남해 편백자연휴양림(867-7881)은 조용하게 밤을 보낼 수 있는 곳.

7~18평 크기의 통나무 숙소를 갖추고 있다. 숙박료는 크기에 따라 3만 5,000~6만원 선. 학생이나 가족 여행객이라면 남해 유스호스텔(867-4261)을 이용해도 좋을 듯.

모두 51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4인 기준 가족실이 3만~5만 원이다. 금산의 등반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먹을 것

이맘 때면 전복이 많이 나온다. 청정 해역에서 길러지는 남해 전복은 스태미너 증강에는 물론 폐결핵의 특효약으로 꼽힌다.

3년 전부터 남면 홍현리에서 전복축제(남해전복영어조합법인 055-863-5400)를 열었는데 올해에는 14, 15일 열린다. 남쪽의 섬답게 마늘이 특산물이다.

남해의 마늘 재배 면적은 2,400㏊로 전국의 6%, 경남의 44%에 이른다. 맑은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의 마늘은 고유의 향이 강하고 알이 굵은 것이 특징. 저장성이 좋아 연중 어느때나 구입할 수 있다.

농협남해군지부(864-2151).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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