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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행복한 가족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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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행복한 가족계획

입력
2001.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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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것들이 살갑고, 작은 행복에 감동하고, 지난 정이 그립다. 그만큼 살기 힘들어졌고, 힘든 만큼 마음도 아프다는 얘기일 터인데.그 분위기는 이미 한차례 경제한파가 지나가고, 또 다시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행복한 가족계획' (감독 아베 쓰토무)은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이런 때일수록 가족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자 새로운 용기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가족사랑의 계기란 것이 거창하거나 호들갑스럽지 않다. 작은 일로 모래알처럼 흩어진 가와지리(미우라 토모카즈)가족은 하나가 된다.

어느날 직장을 잃고 처가에 얹혀 살게 된 40대 초반 요령부득의 가와지리가 못마땅해 갈갈대는 아내 유코(와타나베 에리코), 그 모습에 마음 아파하는 딸 요코(히라야마 아야)와 아들 유타로(사사키 가즈도리). 친정 아버지의 가게를 빌어 도시락 장사를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반짝 손님이 끊어진다.

아내와 장인의 노골적인 무시 속에 찾아온 TV인기프로그램 '행복한 가족계획' 은 그에게 일주일 안에 '즐거운 우리집'의 피아노 연주란 숙제를 남긴다.

성공하면 300만엔의 상금이 주어지는 게임. 가족 모두 피아노라고는 한번도 쳐본 적이 없어 가와지리는 포기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으로 여행을 간절히 바라는 딸과 아버지로서 권위를 되찾고 싶어 그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그의 속마음을 알게 된 아내와 용기를 주는 딸, 그리고 연주를 도와주는 친구의 아내.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 뿐이다.

'행복한 가족계획' 은 다분히 가부장적이고, 감상적이다. 아버지의 가치와 의무를 강조하고, 실업은 개인적 문제 차원에 머물렀고, 그나마 대중매체의 오락성과 이웃사랑으로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렇다고 욕할 수만은 없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중간중간에 집어넣은 갈등과 아슬아슬한 순간도 작은 행복을 크게 보이기 위한 일종의 트릭이다. '행복한 가족계획'은 실제 일본 TBS TV에서 매주 1회씩 방송중인 프로그램이다.

한때 우리 TV도 이를 베껴 방송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형식과 오락성만 가져왔지 일본 방송 특유의 휴머니즘과 감동을 우리 식으로 찾아내지는 못했다. 7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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