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의 '가을의 전설'을 만들었던 제작자 마샬 헤르코비츠와 감독 에드워드 즈윅이 이번에는 역할을 바꾸었다. 감독이 제작자를, 제작자가 감독을 맡은 '베로니카'는 덩치가 매우 큰 시대 멜로물이다.'베로니카:사랑의 전설(Destiny Of Her Own)'은 16세기 베니스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창녀 베로니카 프랑코(1546~1591)의 이야기이다.
사랑에 빠진 베로니카(캐서린 맥코마크)는 정략결혼을 당연시 하면서 "너와 결혼은 못해"라고 말하는 연인 마르코(루퍼스 스웰)를 이해할 수 없다.
관습에 무기력하게 항복하고 마는 연인에게서 상처를 받은 베로니카는 "그를 소유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 창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창녀가 된다.
우리 시대의 가치와 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것은 시대극을 보는 재미중의 하나이다.
'베로니카'는 그런 재미가 있다. 가족을 부양하라며 어머니(재클린 비셋)는 딸에게 춤과 음악은 물론 방중술까지 강의하면서 최고 매춘부가 되는 길을 알려준다.
여성은 도서관 출입이 안되나 창녀는 가능하고, 시인이 된 창녀를 위해 베니스 의원들은 출판기념회까지 열어준다.
터키의 침공을 받은 베니스를 구하기 위해 베로니카는 프랑스 왕과 잠자리를 통해 군사원조까지 받아내지만 전쟁 후 베니스에 페스트가 돌면서 마녀 재판을 받게 된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레나'에서 모든 남성의 구애의 대상이었던 '말레나'가 미군이 철수한 후 동네 아낙들에게 뭇매를 맞은 것과 똑 같은 꼴이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중세판 '말레나'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거래가 되는 결혼을 하느니 자유로운 매춘부가 되겠다"는 베로니카의 진술은 그런대로 개연성이 있지만 원로회의 의원들이 베로니카를 위해 "창녀 베로니카를 사랑했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너무나 흔히 보인 상투적인 양심선언이다.
시대극이 갖춰야 할 화려한 무대와 의상, 음악 등 화려한 볼거리가 매혹적이다. 자체로 훌륭한 세트가 되는 아름다운 베니스의 수로와 여기에 띄운 아름다운 곤돌라 만으로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14일 개봉.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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