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의 탈퇴 결정으로 무산 위기를 맞고 있는 유엔기후협약의 교토(京都)의정서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선언했다.EU 집행위원회는 4일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교토 의정서 탈퇴 결정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EU는 교토 의정서를 구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외란 페르손 총리는 이날 유럽의회에서 "우리는 의정서를 지키기 위해 크고 분명하게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우선 21일 뉴욕에서 40~50개국이 참석하는 장관급 회담을 열고 교토 의정서 이행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할 계획이다. 얀 프론크 덴마크 환경부 장관은 새 제안은 각국이 수락하기 쉬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EU는 또 일본, 러시아, 중국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의 모임인 G77 의장국인 이란에 대표단을 보내 교토 의정서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고히 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의 이 같은 성명은 EU 환경장관 3명과 집행위원 등 고위급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워싱턴에서 크리스티 휘트먼 미 환경청장 등과의 긴급회담을 연 뒤 나온 것이다. EU는 미국측에 교토 의정서 탈퇴 결정을 번복하도록 요구했으나 미국은 의정서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을 제외하고 있다는 등 지금까지 밝힌 탈퇴 이유를 되풀이하면서 이를 거부했다.
마고 월스트롬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이 등을 돌릴지라도 우리는 기후 변화에 책임을 느끼는 다른 공업국들과 교토 의정서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1개 국가가 사망 선고를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부시 행정부는 고립주의 정권이 아니라 일방적인 정권이라며 미국을 비난했으며,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부 장관도 교토 의정서 탈퇴는 미국의 치명적인 실수라면서 이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EU는 이번 성명에서 미국에 탈퇴 결정 철회를 촉구하면서 "EU는 필요할 경우 미국 없이도 교토 의정서 비준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U의 이 같은 강경 방침에 따라 앞으로 교토 의정서 문제를 놓고 미국에 대해 유럽 과 일본 등이 상당한 외교적 마찰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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