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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일본, 할 수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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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일본, 할 수 없는 나라?

입력
2001.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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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왜곡이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일본의 우익 모임에서 만든 2002년도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정부 검정을 통과함으로써 불붙은 역사왜곡 논란은 그동안 여러 번 벌어졌던 시대착오적인 논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일본이란 나라를 다시 바라보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만 하다.역사인식 정리는 일본이 진정한 대국이 될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경제력에 걸맞는 리더십을 가지려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양식을 가져야 한다.

국제사회의 잣대와 일본의 잣대가 달라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 잣대가 자신의 잘못된 역사를 축소 은폐하는 잣대라면 파렴치한 국가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일본은 어렵게 일류국가로 가는 관문에 다가갔다가 다시 후퇴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 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2년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지자 일본은 상당부분을 개정했고, 90년대에도 개정작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새 역사교과서는 82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20여 년에 걸친 노력, 한국 중국 등 피해국들의 격렬한 항의와 국제사회의 비난은 다 어디로 흘러갔는지 어이가 없다.

그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를 통과시킨 일본정부가 과연 21세기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사실 일본의 역사왜곡을 놓고 분노하기에도 싫증이 난다. '할 수 없는 나라' 일본에 안타까움을 느낄 뿐이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가장 부끄러워하는 국민을 가진 나라가 어떻게 다른 나라에 저지른 만행에는 너그러울까.

저 수준만 뛰어넘으면 명실상부한 일류국가가 될 수 있을 텐데,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탁 트인 시각으로 역사와 세계를 보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텐데, 참 안타깝다 라는 것이 우리의 심정이다.

일본이 저런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다행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협력하고 경쟁하고 자극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가야 할 이웃이다.

한 나라의 후퇴는 이웃에도 좋을 것이 없다. 더구나 우리사회의 잣대 또한 국제규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일본과 서로 앞다투어 국제규격의 양식을 키우려는 경쟁과 자극이 절실하게 필요한 처지다. 우리는 역사인식에 대한 일본의 후진성에서 우리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가해국이었다면 지금 어떤 역사교과서를 갖고 있을까. 바른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을까.

역사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우리는 바로 오늘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을 키워가고 있다. 거짓말 억지 철면피로 곳곳에서 진실을 가리고 있다.

오늘의 진실도 왜곡하는데 역사의 왜곡쯤이야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전직대통령의 기념관을 짓는다면 업적과 함께 독재의 기록들을 같이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의 유일한 성과는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에 가는 모습을 구경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세계가 다 아는 일본역사를 일본 학생들만 모른다면, 세계가 분노하는 자기 선조들의 죄상을 일본인들만 그렇지 않다고 우기게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일본정부는 역사를 왜곡하려는 우익들의 어리석은 시도를 더 이상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세계는 일본정부의 애매한 태도를 더 이상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발행인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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