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4일 미 해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사건과 관련, 중국측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공식 사과는 거부했지만 중국 전투기 조종사의 인명손실과 전투기 추락에 유감을 표명했다.공해상을 정찰비행중인 비행기에 호전적인 행위를 한 중국에 대한 저자세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의 공식 입장에 견주어 보면 일단 양보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장관은 이날 백악관이 대변인 발표를 통해 중국측의 사과 요구를 일축한 직후 중국 조종사 인명손실과 전투기 추락 사실에 '유감(regret)' 의사를 밝혔다. 국제법과 외교관례상 유감 표명을 사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분분하지만 미국이 일단 사태해결을 위해 진일보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미국이 가파르게 치닫던 외교전의 와중에서 유감표명을 한 것은 현재 미국이 처한 진퇴양난의 형국에서 중국의 위신을 세워줌으로써 협상을 통해 사태해결을 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4일자 워싱턴포스트의 분석대로 이번 사태로 중국이 국내외적으로 '신민족주의'의 열기를 강화해 나갈 경우 미국은 승무원과 기체 송환이라는 1차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 조종사의 실종에 대해 유감을 밝혔을 뿐 사태 자체에 대해서는 결단코 사과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측에 화해신호를 보내되 국내의 완강한 대 중국 강경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워싱턴 외교전문가들은 미 국무부내에서는 사태의 조기해결을 위해 사과에 가까운 보다 확실한 언급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시됐으나 백악관과 의회의 강경론에 밀려 절충점을 찾다보니 '유감은 OK, 사과는 NO'라는 타협점이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는 강온견해가 첨예하게 대립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공화당내에서는 국가안보를 중시해 강경책을 펴야 한다는 측과 방대한 중국시장을 의식해 유화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온건파가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미루어 미국은 유감표명이라는 완곡한 차선책을 구사해 중국측의 반응을 기다려본 뒤 국내외 여론을 감안해가며 다음 수순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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