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에서 우주 전쟁을 실감나게 그릴 때, 우주방위전략(SDI)을 놓고 미국 의회가 갑론을박할 때까지만 해도, 먼 미래의 일인 줄만 알았다.F-16 전투기와 스탤스기, 또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 정도만 알면 현대전과 미래전의 모습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전쟁의 미래'(자작 발행)는 이러한 생각을 비웃는 책이다. 머지 않은 미래의 전쟁에 대한 놀랍고도 섬뜩한 책이다.
첨단 기술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전쟁 무기 개발사가 놀랍고, 미국 중심의 우주 전쟁 시나리오가 겁난다. '스타 워즈'는 우리 옆에 성큼 다가와 있었고 CNN을 통해 생중계된 걸프전은 이미 구식 전쟁이었다.
미국 바톤 로그 전략예측연구소장인 저자 조지 프리드먼은 참혹할 정도로 상세하게 미래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수천 발을 발사해야 했던 대포와 폭탄의 시대는 끝났고, 발사 지점이 어디든 표적에서 2㎙ 이내로 떨어지는 정밀유도미사일(PGM)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대기권밖에 떠있는 인공위성이 자체 공격 시스템을 갖추고 지상 목표를 유유히 공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미래형 무기의 출발점을 1983년 첫 선을 보인 토마호크 미사일에서 찾는다. 길이 5.4㎙에 불과한 이 미사일은 발사 때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개입 없이 자체 엔진으로 목표물을 찾아가는 최초의 지능형 무기였다. 저자는 토마호크 미사일의 출현을 그리스의 중장보병 밀집대형, 페르시아의 기병전술에 비유하며, 전쟁 양상을 순식간에 바꿔버린 획기적인 사건이었다고 단언한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가능케 한 보다 중요한 첨단 기술이 우주항법시스템(GPS)이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16개 정찰ㆍ초계 위성이 목표물 위치에 대한 일정한 신호를 보내줌으로써 토마호크 미사일에게 정확성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모든 적들은 이라크의 패배를 보면서 미국에는 정밀유도무기와 첨단 위성정보체제가 함께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고 으스대기까지 한다.
GPS 출현으로 전쟁은 본격적인 우주전의 양상을 띠게 된다. 인공위성을 격추하는 대인공위성무기(ASAT)가 개발되고, 인공위성은 다시 한번 자체 방어와 공격 시스템을 갖추게 됨으로써 인류는 어쩔 수 없이 대기권밖으로 진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래식 무기 운반 체계인 전차와 항공모함이 정밀유도무기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웬만한 미사일보다 훨씬 느린 F-16같은 유인 항공기 역시 미래에는 장난감에 불과할 것이다."
저자의 해박한 무기지식과 선견지명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오만한 미국인에 의한 우주 전쟁론'이라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넓은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투하하는 과거 전쟁 양상이, 정교한 우주 전쟁기술로 인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물론 인도주의적인 배려가 담겨있다. 또한 첨단 무기를 개발한 국가가 미국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총과 대포가 유럽의 힘과 문화를 만들어냈다면 정밀유도무기는 미국의 힘과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주장은 군국주의자의 과대망상으로 보인다. 북한을 '3급의 전쟁 강국'이라며 전쟁 예상 시나리오를 제시하거나, "인간의 미래는 미국의 손안에 있다"는 대목에서는 전율마저 느껴진다. 현역 공군참모총장 정책보좌관인 역자 권재상씨는 책을 번역하며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해진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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