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차 서울과 강원 속초시를 자주 오가는 박모(32ㆍ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최근들어 고속버스를 탈 때마다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예전에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로 갈 때 미리 돌아오는 표도 예매할 수 있었으나 지난달 20일부터는 예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
매표창구 직원에게 문의해 보니 속초터미널의 전산망 기종이 동서울터미널 전산망과 달라져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앞으로는 속초터미널에 도착하자 마자 돌아갈 표부터 예매해야 할 판"이라며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
▼시스템 두차례나 '다운'▼
동부 금호 한진 등 고속버스 회사들의 모임인 고속버스운송조합측이 승차권 표준 전산망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터미널사업자협회에 맞서 독자적인 전산망 운영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일부 구간 고속버스 승차권의 왕복 예매가 불가능해지는 등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운송조합측의 전산망은 운영 15일동안 이미 두차례나 시스템이 다운되면서 승차권 발매가 중단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터미널사업자와 운송조합측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달. 운송조합측이 승차권 표준 전산망을 운영하고 있는 터미널사업자협회와 한국정보통신을 대신해 앞으로는 자신들이 직접 승차권을 발매하겠다고 나섰다.
▼전산망 이원화가 '화근'▼
운송조합측은 지난달 20일 영동선을 중심으로 독자적 승차권 전산망 운영에 들어갔고 오는 16일 이를 전국의 97개 터미널중 자신들이 직영하고 있는 47개 터미널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터미널사업자협회 산하의 나머지 47개 터미널은 이미 표준 전산망이 운영되고 있어 이를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16일부터 강남고속버스터미널내 영동선, 광주ㆍ강릉ㆍ원주터미널 등 47개 터미널에서는 운송조합에서 승차권을 발매하고 강남터미널 경부ㆍ호남선, 부산ㆍ대전ㆍ천안터미널 등 나머지 47개 터미널에서는 지금처럼 터미널사업자협회가 표를 파는 등 고속버스 승차권 발매 시스템이 이원화된다.
▼왕복표 예매 불가, 시스템 불안정▼
문제는 기존의 터미널사업자협회의 전산망과 운송조합측이 새로 구축하고 있는 전산망이 전혀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이원화하면 서로 전산망이 다른 터미널을 오갈 경우 왕복표 구입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에서는 운송조합측이 운영중인 시스템이 다운되는 바람에 승객들이 30여분동안 영문도 모른 채 불안에 떠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터미널사업자협회측은 "운송조합측이 독자전산망 구축에 나선 것은 예산절감을 명목으로 세원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주장, 전산망 이원화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운송조합측은 "조합이 전산망을 직접 운영하면 전산망 비용을 줄여 승객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결국 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