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한해동안 사교육비로 쓰는 돈이 무려 7조원에 이른다는 정부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무엇보다도 정부 스스로 사교육 시장의 위력과 현실성을 공식적으로 확인했고, 둘째는 공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교육은 앞으로도 암울하다는 것에 대한 암시였기에 더욱더 그렇다.어떤 정권 때는 과외금지를, 또 어떤 때부터는 모든 이를 위한 TV과외를 도입하고 있지만, 오히려 고액과외 수요나 높혀놨다.
마치 매춘을 풀어놓으면 매춘시장이 가격인하로 이어져 더 손님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문을 닫게 된다는 식의 허구성이 사교육시장에서 확인하는 꼴이 되었다. 어려운 경제 속에도 과외비 만큼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증거들이 그것이다.
사교육 시장의 괴력은 그 어떤 방정식으로도 풀기가 어렵기에 학부모들만 윽박지를 것이 아니다. 자녀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의식이 바뀌는 것과 브랜드 대학을 위한 과외수요를 잠재우는 것하고도 무관하다.
농촌가정은 빚을 내면서라도 쓰는 돈이 도시가정에 비해 몇 십분의 일에 불과하고 서울의 강남과 강북의 과외비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정도라면 정부는 오히려 국민간의 사교육위화감을 줄이는 교육정책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첫째로 정부는 공교육의 정상화가 공교육재정투자의 확대에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공교육재정을 늘리는 길이 사교육을 억제하는 방법이라는 생각부터가 어눌하다. 공교육재정을 GNP의 6%로 늘려도 사교육의 수요는 줄어 들지 않을 것이 뻔하다.
정부가 정말로 모든 국민을 위한 공교육제도를 구상하겠다면, 교육의 기본 지키기와 교육정책구상에서 치밀해야 한다.
국민들이 무리한 교육재정확대를 위해 납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었다면, 국민의 세금을 무작정 공교육에 투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공교육 재정 확충보다는 오히려 공교육재정 축소의 효율화로 나아가야 한다. 사교육시장을 우리교육의 한 축으로 삼아 모든 이를 위한 인적자원개발전략을 만들려면 국민에게 자녀학습선택권을 보장 해주는 개혁적인 교육조치들이 필요하다.
둘째로, 정부는 공교육의 정상화가 사교육의 통제로부터 가능하다는 생각도 재고해야 한다.
학생들 각각의 능력이 드러나도록 만드는 일이 공교육의 정상화이다.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 개별화가 공교육 정상화인데, 이것이 없으니까 학교교육은 재미가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폭력도 난무하고 교실마저도 붕괴되고 있는 중이다.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서있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재정을 늘린다고 해도 공교육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공교육의 재정확대로 재미를 보게 될 사람은 어차피 브랜드대학들에 들어갈 수 있는 극 소수, 한 학교에서 50명 남짓한 학생들이라면 공교육의 정상화는 잘못이다.
저들 소수의 대학진학을 위해 국가의 교육재정을 늘리는 것은 낭비이며 그 돈으로 학교가 이것저것 쓸데없이 수많은 교과목을 가르치게 하는 것도 낭비이다. 영재를 키우는 일과 쓰임새 높은 인적자원을 길러내는 일은 성격이 다른 교육문제이기에, 구별해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학교제도는 해방이래 가장 탄력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비능률적인 공공기관 중의 하나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학교제도의 변화를 위해 외국은 재택학교도 운영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홈스쿨링도 사실은 우리식 옛 서당교육이나 학원교육의 교육적 발전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이를 위한 교육의 정상화를 염두에 둔다면, 국민학습권은 공교육 중심의 학교입시훈련에 맡기는 것 보다는 한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게 해야한다. 이를 위해 사교육시장에 대한 국민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교육정책을 생각해볼 때이다.
한준상·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