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선언과 제보를 기다립니다."지난 3일 오전 서울역 광장. 정부기관 '직원'들로서는 이례적으로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직원 60여명이 거리 피케팅에 나섰다.
이날로 법정 조사기간 6개월의 절반이 지났지만, 세월 뒤켠에 꽁꽁 몸을 숨긴 진실들이 여간해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있기 때문.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면죄부를 부여하는 꼴이 돼, 역사가 영원히 비뚤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건 현장은 이미 없어졌고, 증거는 인멸됐습니다. 보존연한이 지나 구하기 힘든 자료들이 태반입니다" "사면권과 강제조사권이 없어 조사 대상자들이 '모르쇠'로 버티면 속수무책입니다." 플래카드를 든 '기관'출신 조사관들에게서는 초조함에다 국민들에 대한 서운함마저 묻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아선 위원회가 기대를 걸 것은 결국 사건 당사자를 포함한 국민들의 양심선언과 제보 뿐이다. 가해자라 할지라도 진실을 밝히고 과거를 참회하면 관용과 용서를 베푼다는 것이 위원회의 방침이지만, 여지껏 제보는 단 한건도 없다.
광장에서 행인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던 양승규(梁承圭) 위원장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위원회의 각오"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국민 개개인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유신독재 치하인 1973년 의문사 한 최종길(崔種吉) 전 서울대 법대교수의 동생 최종선(崔種善)씨는 지난달 출간한 수기에서 피맺힌 심정으로 절규했다. "산자여, 이젠 말하라.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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