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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부시, 속으론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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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부시, 속으론 "어떡하나"

입력
2001.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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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찰기 사건으로 취임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부시 대통령은 2일에 이어 3일에도 잇달아 승무원과 기체의 조속한 반환을 촉구한데 이어 수습이 지연될 경우 미중 관계가 훼손될 수도 있음을 추가로 경고하는 등 대 중국 외교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국이 이를 즉각 거부하고 미국이 영공을 침범한 데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사태의 조기 타결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상태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의 일반적인 여론은 일단 중국에 대해 승무원 등의 즉각 인도를 요구하는 등 부시의 외교공세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대중 강경책을 구사해온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는 데다 증시 폭락이라는 악재마저 추가돼 부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3일자 사설에서 이번 사태는 부시 대통령과 외교팀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지적하고 "중국이 이번 사태를 신속하고 만족스럽게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일 경우 미국은 '유감스런 사고(regrettable accident)'로 받아 들인다는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도 정찰기가 중국 영공이 아닌 공해상을 비행 중이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EP-3 정찰기를 '스파이 비행기'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는 EP-3기가 중국의 주권을 다분히 자극할 만한 요소였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선(先) 사과를 요구하며 이번 사건을 유리한 국면으로 몰고 가려는 중국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촉구하는 국내 여론으로 진퇴양난에 처해있는 부시 대통령이 과연 유감 표명을 할 것인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 메리 엘런 컨드리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날 중국의 사과 요구에 응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일단은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사태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단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전으로 돌입할 경우 미국의 자존심이 훼손당하지 않는 선에서 외교적 수사로 유감 표명을 하는 형식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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