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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96)적대감 속에 지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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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96)적대감 속에 지옥이 있다

입력
2001.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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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스포츠나 게임에는 상대가 있다. 이때 상대는 이겨내야 할 적이다. 모든 구기종목과 권투 유도 레슬링 등 편을 갈라 벌이는 경기에서 상대는 적일 수밖에 없다.육상과 같은 기록경기조차도 선수들은 기록 그 자체에 목표를 두지 않고 함께 경기를 벌이는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은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와 상대와의 사이에는 항상 긴장과 갈등, 마찰이 존재한다.

골프가 다른 스포츠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대적의 게임'이 아니라 '관계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각종 골프대회에 참가하는 프로선수들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골퍼라면 대성을 기대할 수 없다. 골프는 적대적인 감정에 휩싸여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친선을 내세우는 아마추어 골퍼는 말할 나위도 없다.

프로스포츠에 진출한 선수들 대부분이 '2~3년차 징크스'로 고생하는 것은 바로 나 이외의 외부와의 관계설정을 잘못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뭘 모르기 때문에 공포나 선입견 없이, 겸손한 자세로 임한다. 그래서 의외로 좋은 성적을 거둔다.

그러나 작은 승리가 안겨주는 오만과 더 큰 승리를 바라는 욕심으로 상대방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동료를 경쟁자로 삼는 실수를 범한다. 남을 누르고 혼자 우뚝 서려는 욕심은 심리적 갈등과 마찰을 초래, 정상적인 실력발휘를 방해한다.

골프에서는 상대해야 할 대상이 너무 많다. 골프를 하는 그 시간 그 장소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물론 골프장에 이르기 전의 모든 상황들을 슬기롭게 상대해야 한다.

함께 라운드하는 동반자에서부터 페어웨이나 그린상태 등 골프장의 모든 조건들, 날씨와 캐디, 그리고 순간 순간 벌이지는 온갖 상황들과 현명하게 상대해야 한다.

이 많은 상대를 모두 적으로 몰아버린다면 좋은 골프를 기대할 수 없다. 그 많은 적들과의 마찰과 긴장감, 갈등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골프에서 나 혼자만을 다스리는데도 힘겨운데 외부의 것을 모두 적으로 돌려버린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상대방의 플레이에 일희일비 하다 보면 자신의 리듬과 페이스를 잃고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다.

골프에서 나 이외의 모든 것은 적이 아닌 관계의 대상이다. 관계를 원만하게 맺고 서로 조화될 때 평정이 깃든다. 갈등과 마찰 긴장이 끼어들 공간이 없어진다. 골프가 관계의 게임이란 것을 깨닫는다면 태어나서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관계의 연속인 인생살이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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