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4일 공식적으로 미국에 사과를 요구함으로써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 사건을 둘러싼 양국간 갈등이 점점 첨예해 지고 있다.장쩌민 국가주석은 이날 "미국에 모든책임 있다"며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사건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미국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기체와 승무원들을 되돌려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중국 당국은 정찰기 승무원들을 반복해서 신문하고 있으며,이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자국 법에 따라 재판에 회부할 속내 마저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중국은 영공 침입을 입증하겠다는 명분으로 정찰기 내부에 대한 수색작업을 이미 시작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연일 '치외법권'을 내세우며 기체 반환과 승무원 조기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스스로가 1976년 9월 일본에 불시착한 소련의 MIG-25를 완전 분해한 뒤 되돌려준 전례가 있는 등 법리 논쟁에서 밀리는 형국이다.특히 정찰기가 중국에 의해 강제로 하이난섬에 비상 착륙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조사한 후 반환하겠다는 중국측 논리가 국제적으로도 용인될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뉴욕 타임스는 3일 "중국이 정찰기에 손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이처럼 강경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외교공세에 대한 '국가자존심'의 발로로 볼 수도 있겠지만,이번 사태를 잘 활용하면 국내정치는 물론이고 외교·군사적으로 상당한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국 입장에서 볼때 집권 이후 줄곧 자국에 대해 히스테리적 대응을 해온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외교적으로 길들이고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부시 행정부와 가장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외교적 갈등인데다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결정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앞으로 양국 관계의 척도가 될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AP통신은 江 주석등 중국 지도부가 매우 적극적으로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군부를 의식해 더욱 강경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전투기가 추락,조종사가 실종된 상황에서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기에는 국내 정치적으로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사태의 추이를 관망해온 베이징 청년보 등 중국 일간지들도 이날부터"미국의 패권주의가 이번 사건을 초래했다"며 미국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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