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 갈래로 전개했다. 우선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당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대신 "10년 후면 세계의 부(富)의 지도가 엄청나게 요동칠 것"이라며 지식기반 산업 육성을 통한 미래 개척을 유난히 강조하는 등 비전 제시에서는 자신의 철학을 가미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예각적으로 충돌하는 언급은 자제했다.
그러나 "대선은 무려 1년 8개월이나 남았다. 야당도 정권을 흔들어서 집권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대목에서는 야당 의석에서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의 3당 정책연합에 대해서는 "정치안정을 위한 자연스런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이 최고위원은 건강보험 재정파탄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경기불황, 실업, 공교육 문제 등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언급하는 등 비판적 국민 여론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속적 개혁추진과 구조조정을 수 차례 강조하는 한편 인권위원회법, 반부패기본법, 자금세탁방지법 등 개혁 입법의 조기처리 방침도 밝혔다.
연설문은 이해찬 정책위의장 등 당의 정책팀과 이 최고위원의 정책보좌팀이 조율해 만들었는데 서두와 말미의 대부분은 이 최고위원이 직접 집필했다. 이 최고위원은 연설에 앞서 "정치 현안에서는 당의 입장 전달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이 소신인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 개헌론을 제기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 그가 높지 않은 톤으로 또박또박 연설문을 낭독한 것은 독자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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