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경제에 대한 '세계적 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동조의 도(度)가 지나치다. 특히 3월이후 금융시장과 수출동향을 보면 한국경제는 주변국 가운데 미ㆍ일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정부가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서는 수출마케팅 외교전략을 짜고 긴급 금융시장 안정대책마련에 착수했지만, 미국과 일본에 대한 국내경제의 실질적, 심리적 의존도가 너무 높아 성과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 금융시장 불안
'일본발(發) 태풍'에 맥을 못추며 사실상 준(準)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3일 금융시장은 환율과 금리가 다소 하락세를 보이며 '트리플 약세'(주가, 원화가치, 채권값 하락)에서 다소 탈피했지만,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6일째 하락행진을 이어가며 심리적 저지선인 500선이 한때 붕괴됐다.
주가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 나스닥폭락, 환율불안, 기업실적둔화 등 악재에 산적한 가운데 외국인들은 이날 1,050억원(순매도)이나 주식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하염없이 끌어내렸다. 환율폭등세가 이어져 외국인들이 손절매를 통한 '셀 코리아(Sell Korea)'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던 원ㆍ달러 환율은 엔ㆍ달러 환율의 폭등세가 주춤해지고, 정부가 직ㆍ간접적인 개입에 나서면서 다소 안정세를 되찾았다. 그러나 개장초 1,355원까지 폭등하다, 곧바로 1,34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는 등 '널뛰기 장세'의 불안양상은 지속됐다.
문제는 원ㆍ달러환율이 수급에 관계없이 엔화환율에 너무 연동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정경제부 김용덕(金容德) 국제금융국장은 이례적으로 "당국이 원ㆍ엔환율을 10대1로 유지할 것이란 고정관념은 잘못된 것"이라며 '엔이 뛰는 한 원도 뛴다'는 시장인식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 국장은 이어 "필요하다면 수급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시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환율진정으로 4일 연속 폭등세를 보였던 금리도 이날 보합세로 돌아섰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위축되어있어 연 7%대 진입가능성은 계속 남아있다.
■ 실물(수출)불안
수출총액이 지난달 23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보기술(IT)의 부진이다. 최대수출시장인 미국경제의 둔화속에 지난달 반도체수출은 8.4%, 컴퓨터 수출은 12.5%나 감소했다.
실업난해소, 경상수지흑자, 성장제고등 정부의 모든 경제회복전략은 IT에 맞춰져있는 상황.
따라서 IT수출의 부진은 곧 경제회복 자체의 차질을 의미한다. 여기에 선진국들의 수입규제증가(2월말 현재 111건), 경쟁국인 중국의 반사이익등 수출여건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는 미국ㆍ일본경제둔화로 인한 수출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동 중국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선다변화 계획을 마련했지만, 경제의 미ㆍ일 의존도와 IT부진에 비춰볼 때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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