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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어느새 신냉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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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어느새 신냉전인가

입력
200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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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첫 해였던 1901년에 태어난 몇몇 분들의 탄생 100년이 기념되고 있음을 본다. 올해가 21세기의 첫 해임을 새삼 깨닫게도 된다.김교신(1901~1945) 함석헌(1901~1989) 김재준(1901~1990) 등이 그 이름들의 일부다.

앞의 분에 비하면 뒤의 두 분은 재세(在世)가 갑절이나 될 만큼 길었던 편이다. 뛰어난 종교인, 선각자, 민족주의자였던 공통점이 있다.

이들보다 거의 한 세대는 젊었으나 예언자적인 삶에 있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은 길을 걸어간 또 한 분을 '토론'하는 모임이, 마침 4월 첫 월요일에 열렸다.

주인공은 늦봄 문익환(1918~1994). 토론회가 열린 4월2일은 재야통일운동 단체의 고문 자격으로 1989년 평양을 찾아간 늦봄이 이른바 '4ㆍ2 남북공동성명서'를 북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허담 위원장과 함께 냈던 기념일이기도 하다.

세상을 벌컥 뒤집은 듯 놀라게 했던 '방북'의 결과물로 나온 이 공동성명은, 그 내용에 평화협정ㆍ불가침선언ㆍ연방제ㆍ흡수통일 배제 등의 원칙을 담아, 그 3년 뒤의 남북기본합의서는 물론 11년 뒤의 6ㆍ15 선언을 낳은 바탕이 되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특히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가 누구에게 먹히지 않고, 일방이 타방을 압도하거나 타방에게 압도 당하지 않는 공존의 원칙" 또는 "단거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실현 방법론 대목은 앞을 내다본 늦봄의 예지(叡智)를 돋보이게 한다. 그 때는 독일식 '흡수통일'이라는 사건이 전개되기도 전이었기 때문이다.

늦봄이 방북중일 때 서울에서는 그가 남겨두고 간 시 한 편이 소개돼 화제였다. '난 올해안에 평양으로 갈거야/

기어코 가고 말거야, 이건/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이건 진담이라고'로 시작되는 이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는 중반에 이르러 이런 일갈이 나온다.

'.그래 난 머리가 돌았다. 돌아도 한참 돌았다/머리가 돌지 않고 역사를 사는 일이/있다고 생각하나/이 머리가 말짱한 것들아!'

그의 평양행은 '역사를 사는 일'이었기에 그는 자신에게 쏟아진 '소영웅주의다, 감상적 통일지상주의다, 돈키호테다' 등 온갖 손가락질을 견디고, 또 오히려 호통을 칠 수 있었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한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봄이 방북을 서둔 까닭이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의 급박성'이다.

늦봄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신냉전(新冷戰)이 필연적으로 다가온다고 판단하고, 그 둘이 적대관계에 이르기 전에 남북이 통일 문에 발을 들여놔야 한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그 시간의 입계점이 '분단 50년'이고, 늦봄은 그래서 더욱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늦봄의 그같은 현실 인식은 지금, 특히 미국에 부시정부가 들어선 이래 놀랍게도 적중하고 있다.

'신냉전'만이 아니라 심하게 말해서 '6ㆍ15 남북선언 죽이기'까지 나아갈 수도 있음을, 부시의 유출유괴(愈出愈怪) 한 대외정책을 통해서 깨달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그 뒤로도 버리지 못하는 대북 강경론에서, '냉전의 전사'들인 외교안보 팀의 거친 언동을 통해서 '신냉전'의 기류는 이미 충분히 들러난 사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공습으로 좌충우돌 세계정책의 첫 포문을 연 이래 NMD를 둘러싼 국가간 지역간 갈등과, 러시아와의 외교관 대량추방, 중국과의 인권등 예각 대립에 이어 교토의정서 협약 파기라는 '무책임' '오만' '배신'으로 온통 비판받는 놀랄만한 행동에 나섰다.

세계시민은 간 데 없고 '국익 최우선'과 '힘 우위' 만이 남아서, 앞으로 어디까지 갈는지 알 길이 없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부시를 백악관에 보내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썼고, 이제 그 보상을 받고 있다"고 미국의 한 환경단체는 논평한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위기등 모면하려는 실물대응책으로 부시에게 남은 선택은 이제 군수산업 하나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다. 어떻게 '우리의 역사'를 사는가, 지금 당장 '신냉전'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잘못 꼬여가는 남북관계에 어떤 '역사 살이'의 방법이 있는가 그것을 늦봄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칼럼니스트

assisi6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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