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제4차 남북 적십자회담이 또 북측의 불응으로 무산됐다. 지난달 13일 제5차 장관급 회담 역시 북측의 불참으로 무기연기 된 데 이어 다시 적십자회담까지 성사되지 않음으로써 현재 남북간에는 공식적인 대화가 사실상 동결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이 같은 상황은 상당기간 지속될 조짐이어서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이 난관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소극적인 이유는 자명하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통행식 대북 강경자세에 대한 반발이다.
대 한반도 정책의 밑그림이 완성되기도 전에 대북 강경자세부터 취한 부시 행정부에 대해 북한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 같은 분석은 현재 국제의회연맹(IPU)총회가 열리고 있는 쿠바 아바나에서 남북 대표단의 접촉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이만섭 국회의장을 만난 북측의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은 "미국이 올 상반기 중 대북정책을 정리하겠다고 했으니 이를 지켜본 뒤 대응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장관급 회담이 무산된 직후 "북한이 조만간 회담에 응해 올 것으로 본다"고 했던 당국자들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동떨어지는 발언이다.
우리는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자세에 대한 북한의 내부적 딜레마를 충분히 이해 한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북한은 남북대화를 통해 미국의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세계에 알리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사고의 바탕이 결코 호전성에 있지 않고 개혁ㆍ개방에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할 호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그런 기회를 일실하고 있는 게 아닌지 안타깝다. 북한의 대화 기피가 마치 '한강에서 뺨 맞고 어디에 가서 눈 흘기는'그런 형국으로 비쳐지는 모습이어서 유감스럽다.
지난해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에서나, 부시정부가 출범했을 때까지만 해도 "민족문제는 우리끼리 자주적으로 합의하자"고 했던 그들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특히 적십자회담마저 무산시킴으로써 그들이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준다. 인도주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비정치적 대화의 거부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국제적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행위다.
이는 아울러 포용정책을 대북 '퍼주기'라고 반대하는 남쪽 수구세력에게 빌미를 제공한다. 북한이 지체 없이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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