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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용사 마라토너 차춘성씨 "최미로 시작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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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용사 마라토너 차춘성씨 "최미로 시작했지만 .."

입력
200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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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5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가보면 목발을 짚은 채 호수주변을 뛰고 있는 노인 한 분을 볼 수가 있다. 올해 일흔세살의 차춘성(車春成ㆍ서울 송파구 석촌동)씨다. 차씨는 20년 전 이곳에 이사온 후 지금까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호수 주변을 두 바퀴 돈다. 거의 5㎞가 되는 거리다."한 쪽 다리가 없어 마땅히 할 만한 운동도 없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는 차씨는 이미 마라톤계에서는 유명인이다. 차씨는 "매달 한번씩 전국 규모의 마라톤 대회에 참석을 하는 데다, 사람들이 내 모습을 기억하기 쉬워 이제는 대회에 나갈 때 마다 모든 사람들이 아는 체를 한다"고 말했다.

차씨는 또 전국 대회가 없을 때면 매달 열리는 한국일보 거북이마라톤대회도 꼬박꼬박 참석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 후쿠오카마라톤 대회 등 해외원정도 1년에 한차례씩 다닐 정도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장애를 넘어서고, 나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겠다는 의무감까지 든다"고 차씨는 설명했다.

차씨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 대회는 올 1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던 마라톤경주였다. 영하 25도의 날씨에 짧은 운동복을 입고 꽁꽁 얼어 붙은 눈길 5㎞를 완주했다. "날씨가 추워 다른 한 쪽 다리마저 떨어져 갈 느낌이었지만 내 평생을 책임진 다리인데 뭘 못하겠냐는 오기로 달렸지."

지난해에는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아 미국에 초청돼 뉴욕을 방문했다. 카퍼레이드를 위해 마련된 차를 버리고 맨해튼 거리를 뛰어 미국인들의 박수를 받은 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차씨는 한국전쟁 중 1952년 서부지구 전투에서 박격포 파편에 맞아 한 쪽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그다지 절망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종전후 세상에 나왔을 때도 사는 데나 일하는 데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그는 도자기의 재료인 동물뼈가루를 가공해 일본에 수출하는 사업에서 성공을 거둬 경제적으로 안정됐다.

지금은 3남1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부인이랑 둘이 살고 있다. 차씨는 이 달 14일 열리는 전주-군산간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늘도 새벽을 깨우며 달리고 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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