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토요일 오후 북한산에서의 일이다. 승가사와 대남문으로 갈라지는 조그만 공터에서 30대로 보이는 등산객 4명이 버너를 이용해 간단한 요리를 하고 있었다.신고를 받은 국립공원 관리인들이 신분증을 요구하며 제지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다.
전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졌고,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임을 이들 등산객들이 모를 리가 없겠지만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국립공원에는 안식제가 있어 일부 등산로와 계곡 등을 일정 기간 통제한다. 그런데도 자신은 길을 잘 안다고 자랑이라도 하듯이 굳이 통제 구간을 다니는 등산객들이 적지 않다.
'금연 위반시 벌금'이라는 팻말 앞에서 '여유 있게'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꽤 있다.
이런 등산객은 산에 오를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 봐야 한다.
■우리나라 숲이 국민들에게 주는 혜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50조원에 이른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7%로 국민 한 명당 106만원 정도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녹화는 되었으나 목재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나무가 적고, 제대로 가꾸어주지 못해 경제림으로 육성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IMF 실직자 구제로 시작된 공공근로가 숲 가꾸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IMF가 숲에는 '은인'인 셈이다.
■내일은 식목일이다. 화창한 봄날, 하루 쉬는 날이 아님은 왜 이날을 식목일로 지정했는지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일제시대에는 4월 3일이 식목일이었지만, 광복 후 5일로 결정됐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완수한 날, 조선시대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왕실 소유 밭을 경작한 날이 모두 양력으로 4월 5일이다.
민족사와 농림사(史)적으로 보아 뜻이 깊고, 계절적으로도 나무 심기에 적기인 것이다. 이런 의미를 한 번쯤 되새기면 식목일이 '연중 행사'차원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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