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3부(손용근 부장판사)는 3일 경기은행으로부터 퇴출을 막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임창열 경기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피고인과 서이석 전 경기은행장의 첫 만남때는 퇴출위험이 심각하지 않았던데다 피고인이 도지사 후보인 상황에서 구체적 청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포괄적 뇌물죄 적용 확대 등의 판례에 비추어도 이번 판결은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상고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재판부는 "공소사실 이외의 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검찰이 법원 요청을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면 처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결문에 적시, 검찰에 불만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1월 검찰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달라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했다가 "봐주기 재판 아니냐"는 검찰의 반발을 샀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임창열씨 무죄판결 배경 / "입증할 증거가 없다"
임창열 경기지사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데는 임 지사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내용이 관련자 진술로만 엉성하게 이뤄져 있다"며 검찰 수사가 탄탄치 못했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 공소내용에 부합하는 증거는 돈을 준 서이석 전 경기은행장의 진술과 임 지사의 일부 자백뿐"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 같은 두 사람의 진술마저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모두 번복됨으로써 임 지사의 "단순 선거자금"주장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는 점이 무죄를 선고하게 된 배경이라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임 지사가 경기은행의 퇴출로비 청탁을 받은 최초 시점이라고 검찰이 주장한 1998년 3월30일 당시에는 경기은행의 퇴출 위험이 심각하지 않았다는 여러 정황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한마디로 "검찰이 기초적인 사실조사에 충실하지 못한 결과 무리한 기소로 이어졌다"며 검찰의 '여론몰이식' 수사관행을 비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항간에 나돌았던 '정치인 봐주기' 의혹을 의식한 듯 "무죄선고로 인해 임 지사가 1억원을 받은 행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1억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며, 그것이 알선수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결심 직전 '공소장에 정치자금법 위반죄을 추가해 달라'는 재판부 요청을 거부, 결과적으로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 요청을 받아들여 임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이 법에 따라 임 지사에게 그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논리이다.
법원이 이처럼 검찰의 기소가 무리였다며 임 지사 무죄 선고의 책임을 모두 검찰로 떠넘기는데 대해 검찰은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탱자는 탱자고 귤은 귤인데 어떻게 탱자를 귤이라고 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즉각 상고할 의사를 밝혀 대법원 확정 판결전까지 법원과 검찰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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