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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반가운 호주제 위헌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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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반가운 호주제 위헌제청

입력
200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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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동본 금혼의 장벽을 넘기위해 36년전 미국으로 떠난 한국계 여성, 미 행정부 차관보로 발탁''법원, 호주제 위헌심판 제청 신청'

3월29일 전해진 뜻깊은 두 가지 소식이다.

첫번째 내용의 주인공인 전신애씨의 경우 모든 언론은 전씨의 사례를 미국1세대의 성공담으로 묘사하며 동성동본과 관련하여서는 에피소드 정도로 취급하고 넘어갔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필자는 그이의 미국행 이유가 된 동성동본 금혼을 생각하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와 관련하여 더욱 힘을 얻은 소식은 서울지법 북부지원이 "현행 헌법이 남성중심적인 호주제를 규정하고 있어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는 것이다.

1958년 2월22일 제1차 개정(신민법 제정)되어 1960년 1월1일부터 시행되어온 현행 가족법은 크게 세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는데 제정 당시부터 가부장적 관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개정운동의 대상이 되었다. 그 이후 1977년과 1989년 두 차례 대대적인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가족법 상에서의 양성차별적이고 부부차별적인 조항은 동성동본 금혼규정과 호주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삭제되기에 이르렀으며 마침내 1998년 7월 헌법재판소는 동성동본 금혼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가족법상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을 위협하는 규정으로는 호주제만이 남게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3월29일 북부지원 및 그보다 앞선 27일의 서부지원 결정은 호주제 폐지와 관련하여 새로운 물길을 튼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가족법 개정을 통해 호주제는 실질적 내용없이 명목만 남아있게 되었으나, 호주제는 그 존재만으로도 비민주적이며 반여성적인 악덕이라고 본다.

즉 호주제는 민주적 기본질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 개인의 자율의지와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생활과 가족생활의 자유로운 형성, 과잉금지원칙 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 문제점이 명명백백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법조인들도 호주제에 대해서는 그 존재여부조차 무관심하거나 굳이 내용없는 호주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또는 국민정서라는 막연한 방패를 앞세워 모순투성이 호주제를 옹호하며 법의 정의를 실현하는 일을 방기해온 측면이 있어 북부지원, 서부지원의 이번 결정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사실 이번 소송관계 원고인단을 모집하여 소송을 진행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비롯한 호주제 폐지연대는 서울 가정법원을 비롯한 남부지원 등의 잇단 기각결정으로 호주제 폐지를 위해서는 계속 험난한 길이 이어질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결정에 힘입어 앞으로 호주제, 성(姓)과 본(本)의 문제 등 양성평등을 근원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많은 장애물들이 좀더 빨리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며 이번 결정이 그 주요한 세기가 될 것이기에 큰 힘을 얻고 있다.

진리는 단순하다. 사람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법상 우리 사회에서 호주제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덧붙여 법치국가의 확립을 위해 사법부 뿐만 아니라 입법부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특히 1998년 7월 위헌 판결을 받음으로써 법적효력을 상실한 동성동본 금혼조항 등의 내용을 수정보완한 새로운 민법 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여성차별을 전제로 한 현행 가족법의 개정은 우리 사회에 양성평등의 원칙을 확립하는 가장 빠른 길이며 이는 여성과 남성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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