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경승지에는 거의 예외 없이 종교 시설이 들어 서 있다. 대부분 불교 사찰이다. 평소에는 주변의 풍광과 잘 어우러져 그윽하고 경건한 멋을 뽐낸다. 그런데 관광철만 되면 분위기가 싹 바뀐다.경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소리를 지르며 뛰는 아이들, 샘물로 물장난까지 하는 학생들.. 그래도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소규모 여행객은 조금 나은 편. '단체'라는 꼬리를 달면 막무가내 행동이 극에 달한다.
고함에 욕설까지 섞어 다투는가 하면 경내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풀기도 한다. 술잔이 돌아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이쯤 되면 수도 도량이 아니라 저잣거리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 왔으니 본전을 뽑아야겠다'고 각오한 사람들 같다. 승려들이 제지하려 해도 밀려드는 인파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시즌이 되면 사찰들은 아예 주요 시설의 문을 걸어 잠그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다. 진정한 참배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다.
종교 시설 내에서의 정숙은 '기초 질서'가 아니라 '기본 예절'이다. 그건 질서의식이 아니라 교양의 문제가 아닐까.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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