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은 3일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2002년도 중학교용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최종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7종의 역사교과서는 물론, '만드는 모임'의 공민교과서도 검정을 통과했다.이로써 황국사관을 바탕에 깔고 있는 '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가 내년 4월부터 중학교 역사교재로 채택될 수 있는 길이 열려 한국과 중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주목된다.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는 한반도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한 내용이 삭제ㆍ수정되고 일부 가해사실이 추가되는 등 137군데가 대폭 수정됐으나 역사인식 등 기본적인 문제점은 그대로 남았다. '만드는 모임' 교과서는 ▦군대위안부 등 일제의 가해행위를 다루지 않거나 최소화했고 ▦조선의 군제개혁 지원을 근대화와 독립을 위한 것으로 기술했으며 ▦태평양전쟁의 피해자로서 일본의 입장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거의 수정되지 않고 검정을 통과한 기존의 7종 역사교과서도 군대위안부 기술을 삭제하거나 '침략'을 '진출'로 바꾸는 등 역사인식과 과거사 기술이 크게 후퇴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문부과학성 장관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이번 역사교과서 검정은 근ㆍ현대사 서술에서 국제 이해ㆍ협조의 관점에서 적절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근린제국 조항'을 포함한 검정 기준에 의거해 신중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 아시아 각국에 커다란 고통을 준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해 온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일 문부과학성 오쓰키 다쓰야(大槻達也) 교과서과장은 검정을 통과한 역사교과서의 재수정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정부 "역사왜곡 양국관계 심각한 우려"
정부는 3일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일부 역사교과서가 자국 중심주의적 사관에 입각해 역사를 왜곡한 측면이 많다고 보고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정부는 이날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 "일부 일본 교과서가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 정부는 역사왜곡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또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그릇된 역사교육을 받게 되는 경우 이는 일본 자신의 미래와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역할수행에도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한일 양국관계의 발전을 크게 손상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4일 정부중앙청사에서 관계부처 실무대책회의를 열어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범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왜곡사실 재수정 요구 ▦항의사절 파견 ▦추가 문화개방 일정 연기 ▦공식문서에서의 천황 표기 배제 등 조치를 취할지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역사학자 등 전문가들을 통해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를 정밀 분석한 뒤 단계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근린제국 배려' 등 검정 기준에 따라 충실한 검정을 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결과는 우리의 기대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본측은 이웃 국가 국민들이 일본과 마음의 벽을 쌓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