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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책 일관성과 국민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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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책 일관성과 국민신뢰

입력
2001.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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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창시절 어느 선생님은 시험을 볼 때마다 자신의 예상 점수도 같이 적어내라고 하였다.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성적도 나쁜 주제에 예상 점수를 지나치게 높게 써냈다는 괘씸죄가 더해져 이중으로 혼나게 마련이었다.성적이 좋은 학생은 자신의 답이 옳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예상을 하니 정확하겠지만, 성적이 나쁠수록 짙은 안개 속을 헤매야 하니 그 예상이 정확하지 않을 수밖에 더 있었겠는가. 그 당시에도 억울하다는 볼멘 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 하였지만 지금 돌이켜 보아도 역시 그렇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장차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잘 모르고 행동하는데 결과가 좋을 리 없다.

장래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성과가 좋다는데 있어서는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날씨가 추우면 몸을 움츠리듯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으면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며 역동적이지 못한 경제의 성과가 좋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없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경제정책의 기조에 일관성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개별 경제정책도 일관되게 수행되어야 한다.

경제정책에 일관성이 있으면 무엇인가 이룰 수 있지만 일관성이 없으면 확실하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우리 경제가 수십 년간 경제정책을 집행한 경험의 결과 얻은 교훈이다.

경제의 성과는 대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의 두 가지 잣대로 평가된다. 3공의 경제정책의 초점은 줄기차게 성장에 맞추어졌다.

그 결과 높은 물가상승을 감수해야 했지만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5공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물가안정에 경제정책의 주안점을 두었다.

그 결과 역대 정권 중 가장 안정적인 물가를 달성하였으며 3저의 이득으로 고성장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6공 이후 역대 정권의 경제정책의 주안점은 어디에 주어졌는지 분명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경제의 성과 또한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의 경제정책에는 일관성이 있어 예측이 가능한가. 불행하게도 답변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이 일관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정확한 예측, 정책수립의 투명성 및 정책의 솔선수범 등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 전제가 만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의 투입, 경부고속철, 인천 신공항건설 등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필요한 자금이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추가로 투입하는 것도 민망한 일이지만 새만금사업처럼 사업자체가 표류하는 것은 더욱 민망한 일이다.

이 모든 일들은 정책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없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의약분업에 관한 정책의 수립과정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투명했다고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우리는 투명하지 않은 정책수립의 결과가 어떤지를 몸이 저리도록 겪고 있는 중이다. 모든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이해상충을 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솔선수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한데 민간부문을 독려하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다.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할 때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떠한 정책도 작동되지 않아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가 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투명하게 수립된 경제정책이 일관되게 집행될 때 국민의 신뢰도 쌓이고 경제의 불확실성도 줄어들어 성과가 좋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서승환ㆍ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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