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가족의 모습이 크게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기시됐던 소재인 미혼모와 혼전동거, 전통적 가족 형태에서 낯설었던 연하남 연상녀 커플, 직업을 가진 부인에 살림하는 남편, 나 홀로 비혼족(非婚族) 등이 주요 가족상으로 등장하고 있다.이제 이혼의 갈등이라는 소재는 차라리 진부해진 느낌이고, 전통적 가족 형태는 찾아 보기조차 힘들다.
미혼모가 나오는 드라마는 '비단향 꽃무'(KBS 월화 드라마)와 '온달 왕자들'(MBC 일일극) 등이고, 높은 인기를 끌다 지난 달 종영한 KBS '태양은 가득히' 에서도 역시 미혼모가 등장했다.
전 같았으면 선정성 때문에 비난 받았을 혼전동거 커플이나 혼전 임신녀도 버젓이 안방극장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엄마야 누나야' (MBC 주말극 )에선 극중 공수철(안재욱)과 행자(박선영), 공수철과 여경(황수정), '그래도 사랑해'(SBS 주말극)에선 순미 삼촌(이영하)과 병호 엄마(이항나)의 혼전 동거 모습이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우리가 남인가요' (KBS 일일극)에선 젊은 여주인공 서유정이 혼전에 임신을 했다.
연상녀 연하남 커플과 기존 성 역할을 바꾼 부부도 요즘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지난달 29일 높은 관심 속에 끝난 '맛있는 청혼'(MBC 미니 시리즈)의 박광정 이혜숙 커플과 '온달 왕자들' 의 이주현 장서희 커플, '우리가 남인가요' 의 김호진 배종옥 커플이 연하남 연상녀 관계로 나와 드라마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선 보일 MBC 일일극 '결혼의 법칙' 은 과외지도를 받는 학생이었던 네 살 연하의 남자와 사랑을 일궈가는 박상아가 주연으로 나온다. MBC '아줌마' 에서 심혜진은 교수로 재직하며 돈을 벌고 송승환은 가사를 하는 남자로 나왔다.
이전의 드라마에서 미혼모가 불륜의 본보기 였다면, 요즘 드라마에선 사랑의 한 형태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일하는 아내, 살림하는 남편처럼 기존 역할을 바꾸는 것은 남편의 무능의 결과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역할을 바꾸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나이 든 독신자 역시 자신 있게 생활하는 긍정적인 모습이 주류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작가 이금림씨는 "가족의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고 성과 도덕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기존의 가족 형태가 변했다. 현실을 반영하거나 앞서가는 드라마가 가족과 사랑의 변화상을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미혼모 등의 모습이 사회적 편견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점에도 불구하고, 왜곡되고 잘못된 가족 형태나 애정관을 확대 재생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요즘 드라마에선 부부와 자식이 화목하게 사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고, 잘못된 애정관과 성(性)인식 때문에 초래된 파편화한 가족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결국 시청자를 잘못된 가치관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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