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대단한 1타 2두입니다. 알까기의 대가 김용만 9단입니다. 통한의 마지막 한 수~""열심히 까면 까질 날이 옵니다. 지금은 제대로 된 수가 한 수도 없네요."'알까기'열풍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MBC '코미디닷컴'(일요일 낮 1시 10분)의 '뉴 닷컴배 알까기 명인전'코너가 인기를 끌면서 프로기사들도 남는 시간에 오목 대신 '알까기'를 할 정도다. 제작진에 있지도 않는 '알까기 협회'의 전화번호를 물어오기도 한다.
"협회비를 안내서 협회가 위기에 있다"는 말에 도와주겠다며 계좌번호를 가르쳐 달라는 사람도 있다.
코미디언 최양락(42)은 알까기 열풍의 주역이다. 프로기사 윤기현 9단을 본 딴 심각한 말투와 점잖은 표정으로 '대국'을 해설하는 그의 모습에 출연한 연예인들도 웃음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 그 모습이 코미디가 되어 시청자들은 요절복통한다.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했다. 사실 한두 번 해보고 반응이 저조하면 바로 코너를 없앨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외의 호응을 얻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1타 2두(알 한 개로 상대방의 두 개를 떨어뜨리는 것), 자살(상대편 알을 치려다 자기 알이 판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것), 동반자살(상대편과 자기 알이 같이 떨어져나가는 것)등의 기발한 용어도 만들어냈다.
최양락의 바둑실력은 아마 7급, 알까기 실력은 동료 코미디언들과의 '대국'에서 8전 8승을 거둘 정도다. 해설 대신 직접 대국에 나서볼 생각도 있다.
KBS '유머 1번지'의 '네로 25시''남과 여'이후에 그는 '알까기'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코미디언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다 "는 그는 알까기를 계기로 코미디가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오락프로그램 MC보다 힘들고, 그 흔한 '개인기'보다 품이 많이 들지만 즐겁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노련한 연기로 웃음을 주는 일이야말로 코미디언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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