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판매 수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대만에 판매할 무기 품목을 일괄 결정할 시한이 2~3주 앞으로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방부와 태평양군 사령부가 추천한 무기 선정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품목은 100대 이상의 전투기와 미사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이지스 레이다 시스템. 한척 당 12억달러가 넘는 이지스 구축함이 대만 방위력에 편입될 경우 중국의 대(對) 대만 미사일 공격력이 일거에 무력화될 수 있어 중국측은 이 무기거래를 막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군사당국은 이지스 시스템이 장착된 알레이 버크급(級) 구축함의 대만 판매 필요성을 인정하되, 당분간 중국의 대 대만 군사력 억제를 위한 외교ㆍ군사적 지렛대로 사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이지스 관련 장비를 인도하는데만 수년이 걸릴 뿐더러 대만이 이 장비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지스 판매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 등 반대파들이 주장하는 "대만 방위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미중 갈등과 중국 군비증강의 역효과만 우려된다" 는 논리가 우위를 점하는 분위기다.
다만, 대만의 본토편입을 위한 군사력 구축 시한으로 중국이 정한 2010년까지 대만에 이지스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니스 블레어 태평양군 사령관의 의견을 참작, 향후 중국의 '호전성' 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이지스 판매가 강행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뒀다.
대신 미 행정부는 대만이 당면한 최대 위협이 중국의 미사일이 아닌 함대와 공군력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일단 이지스 보다 하위개념의 시스템이 장착된 키드급 구축함 4대를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이 요구하고 있는 공격용 디젤 잠수함, PAC-3로 알려진 육군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 체제의 판매도 적극 검토중이나 잠수함은 제외될 것이라는 게 국방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들은 그러나 이 같은 첨단무기의 판매가 결정되더라도 중국이 대만을 향해 집중배치한 미사일 중 일부를 철수할 경우 판매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대 중국 협상에도 무게를 뒀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 외교정책의 핵심 기조가 '쇠퇴하는 러시아, 떠오르는 중국' 에 대한 대응으로 좁혀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대 중국관이 이번 대만 무기 판매 품목에 따라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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