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군 첩보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한 사고는 긴장국면의 두 나라 관계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 사태다.사고는 우발적이지만 중국 전투기가 추락한데다가 미 첩보기가 중국 영토에 비상착륙, 책임 부담과 첩보기 송환을 놓고 자칫 강경한 외교적 대치로 갈 수 있다. 이 경우, 격동기에 처한 동아시아 정세에 큰 충격을 줄 것이 우려된다.
여기서 우리는 먼저 양쪽의 자제와 호양(互讓)을 촉구한다. 지역 평화에 큰 영향력과 책임을 가진 두 나라가 사태를 행여 전략적 힘겨루기로 몰고 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고가 우발적이라면, 그에 걸맞게 국제법 원칙과 국제사회의 건전한 상식에 따라 수습하는 것이 강대국의 책임 있는 자세다.
이번 사태는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상황에서 발생해 폭발성을 지닌다. 부시 행정부는 경쟁자로 떠오르는 중국을 적극 견제하는 대결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냉전 종식 뒤 국제 평화와 안보의 동반자로 삼았던 중국을 경쟁자 또는 잠재적 적으로 새로 규정하고, 국가미사일방어(NMD)계획을 앞세워 중국을 포위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극히 민감한 대만에 NMD의 일환일 수 있는 첨단 이지스(Aegis) 미사일 함정 등 최신 무기를 제공할 태세이고, 주변국과 군사훈련을 강화했다.
또 중국의 미사일 전력 확대를 경고하고, 인권 개선 압력을 높였다. 이 때문에 양국은 스파이 체포와 망명 공작 등으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선결 과제는 사태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첩보기의 영공침범 여부를 논란하지만, 전략 통신 도청 등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기가 영공을 넘나들 개연성은 항상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통상적 요격활동에 나선 중국 전투기를 추락케 한 사실이다. 중국 영공 밖이라도, 일단 책임은 미국쪽에 있다.
또 첩보기가 조난상태를 선언했더라도 중국 영토에 불시착한 이상, 민간 여객기와 동일한 국제법적 지위를 누릴 수는 없다.
이렇게 볼 때 미군 당국이 사고가 우발적이고, 강제착륙이 아니라고 발표한 것은 다행이다.
중국도 강경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미국 언론이 '의도적 도발'을 거론하는 것은 흔한 모략이다.
따라서 사태 수습의 관건은 '힘의 외교'로 우려를 낳은 부시 행정부가 중국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고 승무원과 기체를 돌려 받는 양보를 끌어내는데 있다.
양국 관계와 지역 정세 향방에 시금석이 될 사태를 양국이 순리에 따라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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