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교류가 본격화하면서 북한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중압에서 벗어나 '통일'을 축으로 한 북한문학의 소개도 활발해지고, 최근의 북한 시와 소설이 문학계간지 등에서 꾸준히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한국소설가협회는 최근 '남북교류 시대 문학의 역할'을 주제로 정기세미나를 개최하고 북한문학의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80년대 이후 북한 소설은 공식주의의 단순성에서 벗어나 독자의 욕구에 실제적으로 근접한 적도 있으나, 90년대 들어 다시 주체사상의 문학적 이념화를 강화했다."
홍기삼(61) 동국대 교수는 소설가협회 세미나 발표논문 '통일문학의 어제와 오늘'에서 북한 소설이 최근 20년간 국제정세와 내부사정에 따라 한 차례 의미있는 변화를 겪었다고 소개했다.
80년대 들어 숨은 영웅을 발굴하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영웅 형상화에 주력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소설 소재가 일상적 삶의 문제로 확대됐다는 것.
이에 따라 소설은 항일혁명 등 과거보다는 현재를 중시하고, 문학 수요자들의 요구도 중시돼 소재와 작품 및 서사 갈등구조의 다양화 등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혁명전사와 지주ㆍ자본가, 제국주의자 사이의 치열한 적대적 갈등에서 세대, 도시- 지역, 남녀간의 갈등 등 일상적인 수준의 비적대적 대립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경우가 많고, 혁명적 영웅보다는 평범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혼문제를 다룬 백남룡의 '벗',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남대편의 '청춘송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86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령 형상의 혁명문학을 독려하면서부터 북한소설은 변화한다. 홍 교수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현실사회주의 붕괴에 이은 사상적 내부단속에 따른 것으로, 김 위원장은 조선문예총 제6차 대회에서 "주체의 혁명적 세계관과 혁명적 수령관을 똑바로 세울 것"을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60년대부터 북한의 문예정책에 깊이 간여했다. 그는 '주체문학론'(92년)을 출판하는 등 90년대 들어 더욱 주체사상의 문학적 이념화를 추구한다.
그가 주창한 '주체 사실주의'는 북한식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창작방법으로, 기존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와 근본적 차이가 있다.
홍 교수는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북한문학의 특성을 모든 문예물은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적 기능을 가지며 현장성과 사실성을 강조한다, 도덕적 건강성을 강조한다, 해피엔딩이라는 서사결말을 갖는다는 것 등으로 규정했다.
그는 "북한의 문예미학도 세계정세와 불가분일 수 밖에 없으며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수용과 변용의 역사였다"고 결론짓고 "북한 소설이야말로 북한주민의 실제적 삶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이며 스펙트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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