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린이책 / 모두 어려웠던 1950년대 그래도 동심만은 따뜻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린이책 / 모두 어려웠던 1950년대 그래도 동심만은 따뜻

입력
2001.04.03 00:00
0 0

1950년대의 대표적 소설가 중 한명이었으나, 72년 일본으로 건너간 후 소식이 두절된 손창섭(79)씨의 동화집 2편이 재출간됐다.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인 우리교육은 최근 손씨의 장편 동화 '싸우는 아이'와 단편 동화집 '장님 강아지'를 펴냈다.

1950년대 씌어진 '싸우는 아이'는 91년 새벗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나왔다가 절판됐고, '장님 강아지'는 1955~59년 월간 '새벗'등에 실렸던 작품 7편을 모은 것이다.

평양에서 태어난 손씨는 1952년 단편 '공휴일'과 '사연기'로 등단했다. 55년 '혈서'로 현대문학 신인문학상을, 1959년에는 '잉여인간'으로 제4회 동인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30대 초반에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1960년 자전적 소설 '신의 희작'을 발표한 후 작품활동을 줄이더니 72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는 아예 소식이 끊겼다.

그는 이기심과 위선으로 가득찬 인간을 마음껏 야유하고 조롱한 작가였다. 일본에서 고학으로 중학교를 다니며 냉혹한 현실을 살아야 했던 작가의 세계관이 투영된 것이다.

'신의 희작'에서 언급한 '부모도 형제도 고향도 집도 나라도 돈도 없는 육신과 정신의 고아'는 바로 작가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의 따스한 애정을 그리워했다. 이는 그의 몇 안 되는 동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싸우는 아이'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친구들에게 사랑을 나눠줄 줄 아는 찬수의 가족 이야기이다. 병든 몸으로 행상을 하는 할머니와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돈을 버는 누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열심히 살아가는 찬수의 삶에서 작가는 고난과 희망을 동시에 발견한 것이다.

단편 동화집 '장님 강아지'에서도 작가의 의도는 쉽게 읽혀진다. 표제작 '장님 강아지'에서 주인공 종수는 앞 못 보는 강아지를 애지중지 보살핀다.

옆 집 개가 자신의 강아지를 물려고 하자 몽둥이로 그 개를 쳐서 죽인다는 섬뜩한 내용이지만, 종수의 애틋한 마음씨로 인해 작품 분위기는 그리 험악해지지 않는다. '꼬마와 현주'에서는 병든 닭을 살리려는 한 어린이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렸다.

동화집은 일제 강점과 한국 전쟁기 속에서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한국 아동문학사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강아지가 변소 통에 빠지거나 도시락 반찬으로 고추장과 새우젓을 싸온 이야기, 아이들이 전차와 달리기 경주를 하는 장면 등 1950년대 풍경도 살갑기만 하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