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끝난지 벌써 2년이나 됐습니다. 제발 병실 좀 빼주세요.""무슨 소리. 3,000만원을 받기 전에는 절대로 못 나가."
견디다 못한 S대학병원측은 지난해 6월 환자 홍모(48)씨를 상대로 초유의 병실명도 소송을 냈고, 서울지법 민사항소 5부(이인복 부장판사)는 2일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는 S대학병원 00호 병실 54.7㎡에서 퇴거하라"고 판결했다.
어렸을 적 사고로 이미 왼쪽 시력을 잃은 상태인 홍씨는 1998년 10월 다른쪽 눈의 백내장과 망막박리증 치료를 위해 S병원에 입원, 두달동안 5차례나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그 마저도 실명하고 말았다.
그러자 홍씨는 "의료과실로 시력을 완전 상실한만큼 손해배상을 해주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강제퇴거 조치할 경우 소란스러워질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2년동안이나 속을 끓여왔던 것.
재판부는 "피고가 자신의 상황을 억울하게 여길 수는 있으나, 의료과실 여부는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고 일단은 병실을 내주는게 옳다"고 덧붙였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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