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집니다. 생산라인도 1~2년 후면 고철덩어리가 돼 나중엔 부동산 값밖에 못받게 될 것입니다.하루라도 빨리 파는 게 국민경제적으로 유리합니다."(정부관계자)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2일 부실 대기업 매각과 관련, "당장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도 빨리 처분해야지, 질질 끌다간 더 큰 손해를 입는다는 게 오랜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라고 말했다.
대우차, 한보철강, 서울은행, 대한생명 등 부실 대기업의 매각이 공전되면서 조기매각의 필요성이 절박해지고 있다. 작년 11월 부도 이후 대우차에는 매달 2,000억원씩 투입되고 있으나, 경영 공백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생산.판매가 마비되는 등 기업가치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본전 욕심을 버리고 대우차를 1998년 미국 GM에 25억달러 받고 넘겼더라면 이 같은 '부실의 확대재생산'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대우차를 GM에 공짜로라도 넘겨 고용을 유지하고 공장을 가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98년 이후 3차례에 걸친 매각작업이 무산된 대한생명은 2조500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반관반민'의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상반기중 매각되지 않으면 우리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될 운명인 서울은행도 98년 외국 은행인 HSBC에 팔렸더라도 공적자금 절감이나 대외신인도면에서 득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보철강의 경우 97년 동국제강 포항제철 등이 2조~3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채권단이 헐값에 팔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한보철강은 당기순손실 3조원의 거대 부실로 전락, 현재 5,000억원 수준에서 매각이 거론되고 있다.
매각 지연에 따른 손실은 단순한 금액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을 정부가 쥐고 있는 상태가 장기화함녀서 우리 경제가 '관치경제화'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S&P등 외국계 신용평가 기관들은 "편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은 좋아져도 부실기업 매각 등 확실한 계기가 없는 한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실 대기업을 매각했을 경우 정치권과 여론이 무조건 헐값에 팔았다며 국부유출시비를 벌이려는 상황에서 누가 책임지고 매각작업을 추진하겠느냐"며 "부실 대기업을 소신있게 매각했다가 나중에 청문회에 서는 것보다 차라리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매각을 지연시키는게 개인적으로는 나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실 대기업의 원활한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령 매각금액이 기대보다 낮은 가격이라 해도 시장안에서 정상적인 거래(딜)에 의해 성사됐다면 헐값이라고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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