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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이 아닌 '문학의 향기'를 맡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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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이 아닌 '문학의 향기'를 맡게하자

입력
2001.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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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을 부정하고 없는 것을 가르친다."문학평론가 이남호(45ㆍ고려대 교수)씨가 루소의 이 말을 빌어 중고교 문학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학생에게 적절한 작품으로 좋은 문학적 감수성을 체득하게 하기보다는, 작품 선정부터 잘못됐거나 부정확하고 혹은 틀린 해설과 쓸데 없는 지식의 주입으로 문학적 가치의 이해ㆍ감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학교육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어왔고, 요즘 흔히 거론되는 문학의 위기 상황은 바로 그릇된 문학 교육이 주원인이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이 교수의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현대문학사 발행)는 문학교육의 문제점을 구체적 작품, 교육과정의 분석을 통해 증언하고 그 대안을 모색한 것이다.

그는 현재 교과서에 수록된 이상 신경림 등의 17편의 시, 이효석 하근찬 등의 9편의 소설을 통해 이 문제를 조목조목 따진다.

과연 이 작품들이 '학생들이 배우기에 적절한 것인가' 의문을 던지는 데서부터 출발한 그는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교과서와 참고서를 통해 이 작품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 후에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우선 그는 교과서 수록작품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 4종의 고교 교과서에 실린 윤동주의 시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로 시작하는 이 시를 그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다" 고 말한다.

겉보기에는 쉬운 듯하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짐작하기 어려운 모호한 작품이어서 고교생들이 읽기에 적당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윤동주의 작품을 가르치려면 오히려 '서시'나 '별 헤는 밤'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김광섭 시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성북동 비둘기'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며, 그 배경적 상황이 요즘의 학생들에게는 낯설다는 이유에서 고교생들이 꼭 읽도록 할 필요는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런 지적은 소설의 경우 김동인의 '붉은 산' 이나 이범선의 '학마을 사람들' 에도 적용됐다.

실제 교과서와 참고서를 통해 이 작품들이 다뤄지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어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로 이어지는 이상의 시 '거울'의 경우 대부분은 '기이한 행적을 보인 작가의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식으로 해설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오감도' 같은 시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이상의 작품이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며 "'거울'은 아주 상식적인 수준에서 시적 사유와 문학적 상상력을 이해할 수 있어 고교생들이 배우기에 적절한 작품"이라고 반박한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서 그는 "우리 문학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작품에는 없는 내용을 억지로 갖다 붙인 참고서나 교사용 지도서의 추상적 설명, 작품과 실제 관련도 없는 시대적 의미부여는 오히려 학생들을 문학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들은 월간 '현대문학'에 2년 동안 연재한 것이다. 그는 "연재하는 동안 현장 교사의 많은 공감을 얻었지만 결국 시험과 진학준비 때문에 자신이 제시한 방법을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입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어떤 식의 문학교육 개선노력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번 시도는 학생과 교사, 일반인에게 더 좋은 문학에 대한 감식안과 사랑을 키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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