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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 ㈜한국얀센 박제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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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 ㈜한국얀센 박제화 사장

입력
2001.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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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다양해지면서 통증에 대한 진단도 다양해진 것일까. 제약업계에도 약 한 알로 만병(萬病)을 다스리는 '만병통치약'의 전설은 사라지고 직접 체감하는 통증의 정도와 분야, 연령 대 등에 따라 차별화 된 진통제가 적용되는 맞춤식 제약분업의 시대가 도래했다.진통소염제 '타이레놀'로 더 잘 알려진 ㈜한국얀센의 박제화(50)사장은 약학대 출신의 마케팅 전문 CEO다. 올해로 만 8년째 이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는 그는 국내 단일 의약 품목 중 '타이레놀'을 판매 10위 권(올해 판매목표 250억원)으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미8군 PX 등을 통해 낱알로 국내에 소개됐던 '타이레놀'은 박 사장이 취임한 1993년부터 국내서 본격 제조ㆍ판매됐다.

오늘날 '타이레놀'은 통증의 정도에 따라 두통ㆍ생리통ㆍ치통ㆍ관절통ㆍ소화기통 등 분야별로 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타이레놀'과 박사장의 인연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국내에서 '타이레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약효가 좋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제품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다는 점은 벨기에 본사에서도 벤치마킹의 주요사례로 꼽고 있다.

'타이레놀'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성공한 비결에 대해 박 사장은 "현장에서 고객들로부터 배운 체험적 지식 쌓기와 그 지식의 공유"라고 압축했다.

박 사장은 사장 취임 후 "참신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무엇이든 사장에게 직접 이메일로 아이디어를 올릴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원 제안제도는 처음 2년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박 사장은 영업직원 중 성과가 뛰어난 '모범생'을 찾아 영업기법의 성공사례를 이메일로 관련 직원들에게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 그가 찾아낸 '모범생'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것이 성공비결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류마치스성 관절염 치료로 유명한 서울의 한 의원에서 타이레놀을 치료제로 사용하면서 동종 의원들보다 평균 4배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는 점을 알아내 이 정보를 다른 동네 의원들에게도 알려줌으로써 영업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설명했다.

박 사장은 "영업 노하우가 생명인 직원들로서는 스스로 그 비법을 공개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렇게 한 번 물꼬를 트자 정보공유의 성과와 중요도가 금방 전직원들에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벨기에 본사에도 알려진 이 일은 '타이레놀'이 관절염 통증에 효용이 있다는 점을 처음 병리학적으로 확인한 사례이기도 했다. 사내 정보공유 제도는 이밖에도 먹는 무좀약 치료제 스포라녹스 판매(연 매출 300억원) 등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박 사장은 " 전국 100여 개의 주요병원과 2,500여 개의 약국 등 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직원들의 고민거리는 어떻게 하면 약을 더 싸게 공급하는 가보다는 어떻게 약을 환자에 맞게 잘 써서 환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가"라며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강조했다.

●1951년 서울출생

●서울 경동고(1968년)-서울대 약학대 졸업(1972)-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미국 하버드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종근당(1974)/동화약품공사㈜(1976~1983)/얀센 한국사무소(1983)/㈜한국얀센 마케팅부 상무이사/ 대표이사 사장 취임(1993년 9월)

●바둑(5급수준), 골프(핸디 17)

●E메일:jpark11@jackr.jnj.com

장학만기자

local@hk.co.kr

■MY 키워드

▲전략에서 보단 전술에서 승부가 난다.

감기약을 구입하기 위해 동네 약방을 찾아온 중년여성에게 약사가 '무좀의 가족 감염율이 60%인데, 댁의 남편은 어떠세요?'라는 말 한 마디를 던지게 하는 영업전술이 바로 한국얀센의 먹는 무좀약 스포라녹스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

박 사장은 마케팅에 있어 전략보단 전술이 우선이라고 생각 하는 이유에 대해 "경영전반에 있어 전략을 어떻게 짜는 가에 따라 큰 그림이 그려지고 목표가 설정되겠지만, 전략은 어느 수준에선 경쟁사와 동일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결국 차별화할 수 있는 전술에서 승부는 결정되기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 지식은 사방에 널려있다.

사장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이메일로 제안하는 사원 제안제도를 활성화하면서 정보의 공유가 한국얀센의 지식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영업의 성공사례 등 각종 아이디어의 제안건수가 이미 4,000여건에 달해 책으로 만들어 질 정도. 이 제도를 통해 특별한 고과상의 혜택이나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직원 개개인에 대한 존중과 창의력 개발에서 비롯된다. 박 사장은 "지식 쌓기의 배경에는 직원간의 인격존중과 신뢰기반이 있어야 한다"며 "지식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협동심이 없이는 배움에 대한 열정도 없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박 사장은 후보 1명의 인터뷰에 1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인재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개인의 창의력과 도전성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박 사장이지만 마지막에는 협동심을 종합 판단의 잣대로 평가한다. 협동심이 없는 인재는 배움에 대한 열정도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차한잔을 마시며

● 북한 어린이 돕기 등 자선사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북한 어린이 구호 사업을 우히ㅐ 구충제인 버막스 120만 정을 유니세프를 통해 북한에 기증했다. 현재 북한은 구충제와 진통제 등 기초의약품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남한의 5배에 달할 정도다."

● 영업 마케팅 전략이 독특한데

"고객지향에서 환자지향적으로 마케팅 개념을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의사, 약사 등에게 환자 지향의 사고를 갖도록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도와주는 전략을 말한다."

● 신제품 계획은

"올해 치매치료제인 레미닐과 종합감기약 타이레놀콜드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가 정시병환자를 장애인으로 지정해 사회적 편견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 얀센은 정신병 치료 제품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 연구개발도 하고 있나

"지난해부터 얀센의 독감치료제 RWJ-27201 신약개발 임상이 국내최초로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이뤄졌다. 일본등 5개국에서 실시되는 이 임상시험은 본사에서 직접 임상계획을 지도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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