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 순수문학의 거장 나카가미 겐지 '고목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 순수문학의 거장 나카가미 겐지 '고목탄'

입력
2001.04.03 00:00
0 0

"나는 나카가미 겐지와 더불어 일본의 근대문학은 끝났다고 생각한다."'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이 1997년 한국 방문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을 때만 해도, 나카가미 겐지(中上健次ㆍ1946~1992)는 국내 일반 독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다.

가라타니는 또 "나카가미의 작품을 폐쇄적인 일본 근대문학이나 미학으로부터 해방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한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순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나카가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됐다. 그의 장편소설 '고목탄(枯木灘)'(문학동네 발행)은 가라타니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 준다.

해풍으로 나무들이 고목처럼 자라는 가레키나다(고목탄) 해안 마을을 무대로 주인공인 스물여섯 살 청년 아키유키를 둘러싼 가족사가 주축이다.

악의 화신과도 같은 생부 류조에게서 태어난 4명의 이복 형제자매, 그리고 생모가 낳은 4명의 이부(異父) 형제자매의 '더러운 피'로 이어진 끈에 대한 아키유키의 분노와 갈등, 그 인연을 끊기 위해 벌이는 살인과 형제자매들의 자살, 이 과정을 관통하는 인간욕망의 드라마다.

뒤틀린 피의 계보에서 벗어나려는 청년의 욕망이 원시적 자연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어우러져 끈적거리는 땀 냄새를 품긴다.

"문장은 육체와 겹쳐진다"는 작가의 말이 실감나는 소설이다. 고전적 소설문장과 내용은 80년대말 이후 국내에 알려진 일본 작가들의 작품과는 확실히 다르다.

소설의 이야기는 작가의 가족사와 겹쳐있다.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76년 '곶'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나카가미는 77년 발표한 '고목탄'으로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이상을 70여년만에 실현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버려져 주변의 삶을 사는 이들의 들끓는 생명력을 근육질이 느껴지는 문체로 그려낸 그는 한국문학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져 김지하 윤흥길 등과 교유하기도 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