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만 하면 뭐하나.'서울시가 도심을 푸르고 쾌적하게 꾸미기 위해 1998년부터 시작한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이 표류하고 있다. 그동안 시내에 심어진 965만여 그루중 15%가 넘는 150여만 그루는 고사(枯死)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시는 관리보다 숫자에만 매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식목일(5일)에도 평화의 공원과 난지천 공원 일대에 6,600그루를 심는 등 올해에만 355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올해 1,000만 그루 돌파
서울시는 98년부터 5년동안 2,2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1,500만 그루를 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213만 그루(전체의 60%)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주관아래 심고 142만 그루(40%)는 민간부문에서 식재와 나무생육 등의 관리를 맡게 된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올해안에 모두 1,320만 그루가 심어진다. 시 관계자는 "올봄이 내년 월드컵을 앞둔 마지막 식목기인 만큼 봄철 대대적인 나무심기 행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에 따라 시 기념식수안내센터(02_3216_4242) 등에 연락하면 모든 시민에게 소나무와 은행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등의 묘목을 지원하고 있다.
▽다른 광역단체도 가세
경기도는 식목일에만 각 기관과 마을 등 667곳에서 57만 그루를 심는 등 이달말까지 44억원을 들여 266만5,000 그루를 심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제수종인 자작 고로쇠 물푸레 나무와 소득수종인 옻나무 닥나무를 도내 1,042㏊의 임야에 골고루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부산시는 119만 그루 ▦충남도는 330만1,000 그루 ▦전남도는 838만2,000 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1명당 3만3,000여 그루 관리
그러나 이같은 대대적인 식재 사업과 달리 심어진 나무에 대한 관리는 '낙제'라는 평가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1,000만 그루에 달하는 식수의 관리를 시ㆍ구 직원 50여명이 맡고 있어 1명당 20만 그루를 관리하는 셈이다.
또 1년에 관리기간 20일(하루 50만 그루)을 정해 모든 나무의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처럼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관리하다 보니 나무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는 활착률(活着率)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시ㆍ구가 관리하는 나무는 활착률이 9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의 4할에 달하는 민간부문은 80%대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고사율(枯死率)이 20%를 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토양이 건조한데다 영양물질이 부족해 나무의 자연스런 생육이 어렵다"며 "나무를 심는 것보다 관리하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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