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적인 호주제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이번 제청결정은 민법이 남성 우선적 호주승계순위 및 부가(父家) 우선 입적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남녀간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여성단체들의 입장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나, 유림단체들은 호주제 폐지를 극렬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양승태(梁承泰) 지원장은 30일 배선희(32)씨 등 기혼여성 4명과 이혼녀 김모씨가 "남편이 호주로 돼 있는 것을 무(無)호주로 바꾸고, 자식을 이혼한 어머니의 호적에 편입시켜달라"며 서울 본적지 관할 구청들을 상대로 낸 호주변경신청 불수리처분 취소 신청에서 위헌심판 제청 결정을 내렸다.
위헌여부 논란이 있는 조항은 민법 제781조 '자는 부가(父家)에 입적한다'와 제778조 '일가의 계통을 승계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는 부분이다. 구청측은 지난해 11월 이 같은 조항에 의거해 호주변경 신청을 거부했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현행 호주제는 사실상 호주를 정점으로 가족들을 강제적이고 일률적으로 순위 지워지게 해 평등한 공동체 형성을 불가능하게 만드는데도 민법은 모든 가(家)에는 반드시 호주가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또 아내를 남편보다 하위에, 어머니의 지위를 아버지보다 하위에 위치하게 해 정당성 없는 남녀차별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은 호주가 사망하면 아들-손자-미혼인 딸-처-어머니 순으로 호주승계 순위를 정하고 있으며, 이혼시 여성은 이전 호적으로 복귀하거나 1인 1호적을 창설할 수 있지만 자녀는 당연히 아버지의 호적에 남도록 돼 있다.
배씨 등 신청인들은 지난해 11월 호주제 폐지운동의 일환으로 구청에 호주변경 신고를 냈고 구청측이 이를 불허하자 법원에 불복신청을 냈었으며,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12월 비슷한 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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