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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렇게] (14)국악을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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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렇게] (14)국악을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입력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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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한ㆍ일 양국이 공동 개최한는 대회여서 양국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비교될 수 있다. 정부와 월드컵개최 도시들이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계획하느라 분주한 것은 바로 일본보다 우수한 우리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려는 노력 때문일 것이다.서울시의 경우 올 4월부터 서울 전역의 공원이나 광장에서 펼쳐지는 거리축제와 역사문화 탐방로에서의 상설 공연등을 기획하며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를 돋구고 있는데 이러한 문화예술 행사 프로그램에서 우리의 전통 가(歌)무(舞)악(樂)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크다.

하지만 서울이나 지방이나 대부분의 공연 프로그램은 거의 비슷한 실정이다. 공연의 소프트웨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사를 구상하는 기획자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02년 월드컵은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구체화시키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88 서울올림픽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독창성과 화려함을 총체적으로 선보여 전세계인들의 감탄을 자아냈으나 그것을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한 나라의 전통문화가 세계 공통의 문화로 자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예는 적지 않다.

일례로 아일랜드 켈틱 지방의 전통음악은 그것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가공하고 발전시켜 "켈틱음악"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으며 재즈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 음악적 요소들을 소재로 삼아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우리의 전통음악도 켈틱음악 이상 가는 훌륭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아직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리듬과 독특한 선율을 무궁무진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세계의 음악인들이 찾고 있는 미지의 무한한 보물창고와도 같다. 따라서 그것을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해외로 진출한다면 고부가치를 갖는 국가적 문화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세계인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는 내년 월드컵은 그러한 새로운 상품을 선 보이고 홍보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사물놀이를 비롯하여 창작 국악그룹인 슬기둥이나 푸리, 공명등 그러한 시도를 꾸준히 해 온 재능있는 국악인들은 많다.

그러나 그들의 힘만으로 그러한 역사를 이루어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지금부터라도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능력과 가능성을 갖춘 예인들을 엄선하고 지원하여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와 재창조를 통해 이른바 월드뮤직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언젠가 한국의 판소리 명창이 미국의 할렘가에서 춘향가를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흑인 관객들이 소리와 리듬만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 음악이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전무영 (전통음악 기획가, 티앤씨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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