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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 단백질로 반도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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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 단백질로 반도체 만든다

입력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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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로봇 아톰에서 '에반게리온'의 생체 로봇으로? 이런 일이 만화적 상상력으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서강대 화학공학과 최정우(42) 교수가 그 현실성을 엿보고 있다. 최 교수는 최근 단백질로 된 고집적 메모리소자 개발을 발표, "생물분자 하나하나에 기억을 저장하고 읽어내며 논리연산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리콘 같은 무기물 대신 단백질이 반도체 소재가 된 것이다. 그는 "미국, 일본 등도 생물전자소자를 차세대 메모리소자로 연구 중이나 아직 논리연산을 실제 검증한 경우가 없다"며 "테라(1조)비트급 반도체가 훨씬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20세기를 마감하며 반도체 기술은 한계에 부딪쳤다. 실리콘으론 집적도를 더 이상 높일 수 없어 메모리 용량이 기가(10억)급에 머물러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반도체는 제곱인치당 최대 1기가비트. 실험실 수준에서도 10기가비트까지 개발됐지만, 기존의 기술로는 100기가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 교수는 "획기적인 돌파구는 단백질 같은 생물분자"라고 말한다. 생체는 나노(10억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세포 하나하나가 에너지와 정보를 전달하고 변환한다.

그리고 단백질 분자는 빛을 받으면 전자를 내놓는 확률이 약 80%. 전자전달 효율이 실리콘 같은 무기물(10%)보다 월등하게 높다.

나노 단위의 단백질 분자가 각각 소자로 작동하면 밀도를 천만 배 이상 높일 수 있다. 기억용량이나 처리속도가 수억 배 빠른 컴퓨터가 등장한다는 뜻이다.

최 교수팀이 개발한 생물전자소자는 해파리의 녹색형광 단백질과, 말이나 사람에 있는 색소단백질 시토크롬을 사용했다.

각각 얇은 단백질 막으로 만들어 붙인 뒤 레이저빛을 쪼이면 녹색형광 단백질에서 튀어나온 전자가 시토크롬 단백질로 전달돼 저장된다.

녹색형광 단백질과 시토크롬 단백질은 박테리아에서 생산한 것으로, 전자전달 효능을 향상시켰다.

최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생물전자소자는 가로 세로 1㎝로 메모리 용량은 3~4기가(10억)비트였지만, 최대 4테라비트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단백질 분자를 얇은 막으로 만들 때 분자를 일정 간격으로 고르게 배열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하고, 이에 맞는 연결 전선으로 DNA를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아직 미완이다. 그래서 생물전자소자의 상용화는 2015년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교수팀은 일본 도쿄(東京)대 생명공학과와 공동으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아예 두 단백질을 합친 융합단백질을 만들려고 연구중이다.

단백질 박막을 따로 만들어 붙이는 것보다 전자 전달 효율이 높고 박막의 두께도 얇아져 메모리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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