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어들고, 설비투자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등 국내 경제가 전형적인 '불황형 체제'에 접어들고 있다. 대외교역에서 흑자는 내고 있지만 국민경제 자체는 정체 또는 축소화하는 모습이 뚜렷하다.■달갑지 않은 흑자
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통관기준 잠정치)은 143억4,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0.6% 감소했다. 전년동기대비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1999년 4월 이후 23개월만에 처음이다.
수입은 129억6,400만달러로 수출보다 훨씬 큰 8.8%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3억8,000만달러의 흑자를 냈으며 1ㆍ4분기 전체로는 흑자규모가 24억2,800만달러에 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록 무역수지에서 흑자는 냈지만 수출호조 아닌 수입둔화에 따른 것인 만큼 건전한 무역구조라고 볼 수는 없다"며 "불황기에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물경기의 극심한 침체속에 국내소비 및 설비투자가 부진해지면서 소비ㆍ자본재 도입이 급감, 무역수지상으론 흑자가 된 것이다. 1998~99년의 대규모 무역흑자도 수출호조 보다 환란에 따른 구매력저하 덕분이었다.
■투자답보
이날 산업은행이 전국 2,828개 주요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01년 산업설비투자 전망'에 따르면 금년도 설비투자 규모는 47조2,119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1.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마이너스 3.7%를 기록했던 작년 12월 조사 때보다는 나아져 얼어붙었던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해빙되는 조짐은 엿보이지만 급랭한 경기를 견인하기엔 벅찬 수준이다.
극단적 투자 양극화는 '아랫목 경기'가 '윗목'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9.6%로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비제조업은 오히려 8.1% 감소로 나타났다. 중공업(12.4 증가)과 경공업(16.1% 감소), 대기업(8.6% 증가)과 중소기업(7.9% 감소)간의 투자양극화도 심각하다.
특히 지난해 60%가 넘는 투자증가율을 보였던 전기ㆍ전자 및 통신 등 정보기술(IT) 분야는 올해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전기ㆍ전자업종은 투자증가율이 제조업 평균치를 밑도는 8.4%에 머물고, 통신투자는 오히려 마이너스 12.7%로 뒷걸음질이 예상돼 IT에 유일한 희망을 걸고 있는 정부의 경기회복 전략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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