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일요일인 1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는 규모만큼이나 풍성한 뒷얘기를 남겼다. 지난달 26일의 개각 후 6일이나 지나 차관급 인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줄대기와 로비도 적지 않았고 일부 부처는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이 있었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31일 저녁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으로부터 인사안을 보고 받고 재가했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임시국회가 2일 개회되기 때문에 차관급인사를 1일 단행했다"고 일요일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 기용된 21명을 출신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강원 등 중부권이 7명으로 가장 많고, 호남이 6명, 경상과 충청이 각각 4명으로 비교적 고른 분포이다. 부처 차관 11명만을 보면 호남 4명, 중부와 경상권 각각 3명, 충청 1명이다.
인사에서는 지역안배와 함께 장?차관의 출신지역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다만 노동부는 김호진(金浩鎭) 장관과 사상 처음 여성 차관이 김송자(金松子) 신임 차관이 같은 경북출신이지만 예외가 인정됐다.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3명이나 기용된 3?26 개각과는 달리 전부 50대와 60대로 짜여졌다.
60대는 최성홍(崔成泓ㆍ63) 외교통상 김송자(61) 노동차관과 이재달(李在達ㆍ62) 국가보훈처장 등 3명, 나머지 18명은 모두 50대.
○.외교통상부는 차관 교체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 장관은 주미 대사와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각각 주미 공사와 외교안보수석으로 호흡을 맞춘 반기문(潘基文) 차관의 유임을 바랬다. 한 장관은 이한동(李漢東) 총리에게 반 차관 유임을 위한 지원 사격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정빈(李廷彬) 전 장관이 국가미사일방어(NMD) 논란 등을 책임지고 물러난 마당에 반 차관이 유임되는 것은 모양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우세해 교체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경합이 치열했던 부처 중 한 곳이 행정자치부. 청와대의 정영식 (丁榮植)공직기강비서관, 이만의(李萬儀) 행정비서관, 권형신(權炯信) 소청심사위원장, 김범일(金範鎰) 기획관리실장 등 경합자들이 많았다. 특히 이만의, 정영식 비서관은 지난해 김 대통령이 '특정고 문제'를 지적했을 때 자리를 맞바꾼 적이 있어 묘한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부처 차관급 인사는 진념 경제부총리의 의견이 주로 수용됐다. 재경부는 진 부총리가 지난해 8월 장관에 발탁된 뒤 간부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인사요인이 쌓여있었다.
1급 간부들이 많았고 모두 그럴듯한 실력과 배경을 내세우며 '적임론'이 주장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유지창(柳志昌)씨가 당초 거론되던 기획관리실장이 아닌 차관급인 금감위 부위원장에 내정된 것. 정건용(鄭健溶) 부위원장은 산은 총재로 옮겨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송자 노동차관은 중앙인사위의 추천작. 보건복지 차관에는 보건복지부의 '전비' 때문에 재경부 출신의 발탁설이 있었으나 내부 승진으로 채워졌다.
○.정부 대전청사는 대전청사의 차관급 외청장 7명이 모두 인사에서 배제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차관급의 절반이 넘는 21명이 교체되고 이중 14명이 내부 승진했는데도 1998년 8월 청사 이전 후 '고생'한 대전청사 기관장들이 하나같이 영전하지 못하자 일부에서는 '외청 푸대접론'까지 나왔다. 특히 산업자원 차관에 유력했던 한준호(韓埈皓) 중소기업청장, 영전설이 있었던 김호식(金昊植) 관세청장과 정종환(鄭鍾煥) 철도청장이 모두 낙마하고 병무청장까지 외부 인사로 채워지자 충격이 컸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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